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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정진서가 물을 때까지 안시연은 멍 때리고 있었다. “사모님이 말씀하신 지하철 입구가 저기가 맞아요?” “속도를 조금 줄여봐요.” 그녀는 창문을 내려 바깥을 두리번대며 보았다. 전희진을 찾은 그녀는 그제야 정진서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다. 정진서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그녀의 기분을 눈치챘다. “왜 그래? 왜 기분이 다운됐어?” 그녀는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어내며 대답했다. “괜찮아.” “설마 싸웠어?” 어제 일은 전희진이 생각해도 화가 날만 했다. 어젯밤 윤정아는 박성준과 춤을 춘 뒤로 많은 직원들이 두 사람을 보며 추측했다. 사람들은 회사도 점차 안정되니 회사 대표의 결혼식도 점차 다가오는 것이라며 말했다. 게다가 마침 윤정아의 SNS 계정에서 박성준이 거금을 들여 핑크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를 구매한 사진도 발견했던지라 일부 사람들은 윤정아에게 프러포즈하기 위해 산 것이라며 추측하고 있었다. 수줍어하는 윤정아의 모습을 보니 어제 먹은 케이크가 역류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분명 박성준에게 아내가 있었음에도 윤정아는 박성준과 소꿉친구라면서 이리저리 떠들고 다녔다. ‘설마 소꿉친구라면서 그 소꿉친구가 결혼했다는 것도 모르나?' 윤정아와 같은 인간은 대부분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것이 분명했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주위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았고 보이지도 않았다. “싸웠다고 하기엔 애매해.” 그녀가 어떻게 감히 박성준과 싸울 수 있겠는가. 박성준은 그들의 계약에서 갑이었던지라 그녀는 싸울 수 없었다. “나한테 견학할 기회가 생겼는데 허락해주지 않아.” “이유는 뭐랴?” “이유는 없대.” “뭐?!” 전희진은 듣자마자 어처구니가 없어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그녀는 절대 참지 않는 성격이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정진서는 룸미러로 그런 그녀를 힐끗 보다가 눈 마주쳐 버렸다. “네 예쁜 경호원은?” “몸이 안 좋대.” 안시연은 자신 때문에 출근하지 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전희진의 성격으로 지금 당장 박성준에게 달려가 따져 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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