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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짙은 남색 밤하늘 아래, 수선정 2층. 안시연은 전신 거울 앞에 서서 튼살 방지 오일을 한 번 눌러 손바닥에 덜었다. 그녀는 손으로 오일을 따뜻하게 문지른 뒤 조심스럽게 배에 발랐다. 거울 속 그녀의 피부는 매끄럽고 하얬다. 방금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친 터라 살갗에는 옅은 분홍빛이 감돌았다. 배의 모든 부분에 꼼꼼히 오일을 바른 후 이번에는 보습 크림을 손에 덜어 피부에 흡수시키기 시작했다. 올겨울에는 임신 때문인지 그녀의 피부는 유난히 건조했다. 특히 팔다리는 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금세 하얗게 일어났다. 식탁에서 박현석이 말했던 은씨 가문의 아가씨 은가영을 떠올린 안시연은 그 사람이 엄마는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한 상상이 아닐지도 몰랐다. 안가인은 그 시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과는 너무 달랐다. 그녀는 바둑, 춤, 피아노, 바이올린, 승마, 테니스까지 못 하는 게 없었다. 하지만 주민등록증에 적혀 있는 그녀의 출생지는 금성시였다. 그녀가 기억하는 한 가족이라고는 오직 안가인뿐이었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삼촌, 이모 그런 친척은 한 명도 없었다. 안가인이 금성시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이라곤 학교 동료 교사들과 몇몇 학부모뿐이었고 그중에서도 조금 더 가깝게 지낸 건 전희진의 부모 주연희와 전도현이었다. 명절이 되면 전희진은 부모님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가 친척들을 만났지만 그녀와 안가인은 그러지 않았다. 안가인은 방학이 되면 그녀를 데리고 전국을 여행했다. 경치를 감상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관광지를 구경하며 박물관을 방문하고 세상의 재미난 일들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그때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성준과 결혼한 후 박민정과 윤정아를 보면서 깨달았다. 그들의 옷차림과 생활 수준을 보면 확실히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음을 알 수 있었다. 비교해 보면 안가인도 그랬다. 기억 속의 안가인은 언제나 단정하고 세련된 모습이었다. 사계절 내내 옅은 화장을 했고 여름 저녁에는 발톱에 예쁜 매니큐어를 칠하곤 했다. 학교에서 교직원 행사가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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