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장
김소연은 눈썹을 살짝 들어 김은지를 바라보았다. 마치 우스꽝스러운 광대라도 본 듯한 표정이었다.
옆에 서 있는 엘은 고고한 자세로 김은지를 아예 무시했다. 그의 눈빛은 이런 종류의 사람들에게조차 관심을 두지 않는 듯 차가웠다.
“가자.”
엘이 단호하게 몸을 돌리자 김소연은 가늘고 유연한 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순종적인 모습은 남자의 존재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허정우의 눈에는 분노의 불꽃이 일렁였다.
“김소연!”
허정우가 갑자기 그녀를 부르자 김은지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곧 김소연이 발걸음을 멈추었고 엘은 그녀를 잠깐 바라보며 말했다.
“전화 한 통만 하고 올게. 운전기사가 올 거야. 괜찮겠어?”
그러자 김소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다가오던 허정우는 멀리서 전화를 걸며 걸어가는 엘을 흘깃 쳐다보았다.
“도대체 누구야?”
“네 알 바 아니야.”
“너 어떻게 건달이랑 같이 다닐 수 있어? 김소연, 너 이렇게까지 타락한 거야?”
“타락했다 한들 난 적어도 똥 묻은 돈은 줍지 않았어.”
그녀의 말은 김은지와 허정우를 동시에 비꼬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 말에 웃음을 참기 어려워했다.
김은지의 표정은 얼어붙었고 허정우는 더 싸늘해지며 김소연의 손목을 잡아 비웃었다.
“양아치면 차도 없겠지. 오토바이나 몰겠군. 내가 데려다줄게.”
뒤이어 차 키 소리가 나더니 람보르기니의 헤드라이트가 반짝였다.
김은지도 일부러 다가와서 말했다.
“맞아, 언니. 걸어왔지? 임신한 몸으로 조심해야지.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다지만 우리가 데려다줄게. 오토바이 타다 유산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주변의 몇몇 여성들은 김소연을 경멸의 눈으로 쳐다보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서 건달이랑 엮이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김소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치익...”
웅장한 소리와 함께 한 대의 고급 차량이 다가왔다.
사람들이 그 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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