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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오연주는 그런 이유영의 모습을 보더니 돌연 당황스러워졌다. 그녀는 얼른 이지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지아 넌 어린 나이에 왜 그렇게 음침한 거니? 유영이랑 너는 모두 내 새끼인데 어떻게 안 사랑할 수 있겠어?” “다 너 잘되라고 그렇게 잔소리한 거잖아. 제발 엄마 마음 좀 알아주고 얼른 정신 차려.” “내가 엄하게 다스려야 너도 하루빨리 나쁜 버릇을 떨쳐내고 정직하게 살아갈 거잖아! 지금 네 꼴 좀 봐. 소년원까지 다녀온 애를 대체 어느 학교에서 받겠어?” ... 이지아는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퍼붓는 오연주를 신경 쓰지 않은 채 침실로 돌아가 문을 안으로 잠그고 병원에서 구해온 해독약을 꺼냈다. 곧이어 허리에서 극심한 고통이 차올랐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가장 힘든 30분을 묵묵히 버텨냈다. 몇 시간 뒤. 이지아의 몸에 잉크 같은 검은 점액으로 한 층 뒤덮였다. 그녀는 눈을 뜨고 서서히 숨을 고르며 욕실로 걸어갔다. 체내의 독성이 너무 강하다 보니 한 개의 해독약으로는 독소를 완전히 빼낼 수 없었다. 이 독소를 온전히 체내에서 배출해내려면 아직 6개월이라는 시간이 더 걸린다. 다만 체내의 독소가 서서히 제거되면서 그녀가 한때 지녔던 실력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이지아가 샤워를 마쳤을 때 날이 밝아지고 있었다. 그녀는 옷장 앞으로 다가가 대충 옷을 걸치고 밖에 나가 산책하기로 했다. 하지만 옷장 문을 연 순간 3년 전 옷가지들이 너덜너덜하게 그녀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입고 나갈 수 있는 건 한심하게도 중학교 때 교복뿐이었다. 교복을 입고 조깅에 나선 그녀는 토스트 가게 앞을 지나가던 김에 안에 들어가 토스트를 하나 시켜 먹었다. 이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아니나 다를까 오연주와 이유영은 아침 식사를 마친 상태였다. 이지아의 몫은 역시나 없었다. 그 시각 오연주가 정성껏 꾸미고 나와서 짜증 섞인 눈길로 이지아를 쳐다봤다. 어젯밤에 이지아가 내뱉은 말이 이유영과 본인 사이에 영향을 미칠 거라곤 전혀 걱정하지 않는 듯 또다시 입을 나불거리는 오연주였다. “마침 잘 왔네. 너 아직 전시회에 끼고 나갈 액세서리 없지? 나랑 같이 가서 한 세트 골라.” 말을 마친 오연주는 이지아가 반응할 틈도 없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이지아는 결국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그녀 뒤를 따랐다. 차에 탈 때 이지아는 바로 조수석에 올라탔고 이 모습은 오연주도 나름 만족하는 듯싶었다. 오늘 오연주는 의외로 이지아가 어디 내놓기 부끄럽다고 잔소리하지 않았고 그저 차가운 얼굴로 운전석에 탔을 뿐이다. 곧이어 차가 도연동의 가장 번화한 상가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점포가 즐비하게 늘어졌고 강현시 유명한 쇼핑몰이 거의 다 들어섰다. 오연주는 이지아를 데리고 무려 5층짜리 쥬얼리 가게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선 후 그녀는 이지아와 함께 2층에 있는 목걸이 진열대로 향했다. “네 마음에 드는 거로 하나 골라.” 말을 마친 오연주가 아니꼬운 눈길로 이지아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이따가 위층 가서 제대로 된 드레스 하나 사 입자.” 이지아는 액세서리에 별로 관심이 없어 진열대에 진열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대충 하나 가리켰다. 종업원은 그녀가 뚱뚱한 몸집에 허름한 교복을 색바래질 때까지 빨아서 입은 꼴을 보더니 대놓고 증오에 담긴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이지아 옆에 선 오연주는 럭셔리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딱 봐도 부잣집 사모님 티가 좔좔 났다. 종업원은 결국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꺼내 보였다. “이 목걸이는 우리 매장 신상이에요. 마침 손님과 같은...” 종업원은 피둥피둥 살찌고 험상궂은 이목구비를 지닌 이지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차마 적절한 형용사를 찾지 못하는 듯싶었다. 다만 그녀가 미처 단어를 생각하기도 전에 오연주의 앙칼진 목소리가 쥬얼리 매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6천만 원?!” 종업원도 미소 짓던 얼굴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좀 더 싼 거로 바꿔봐요. 얘 얼굴에 이렇게 비싼 목걸이를 끼면 뭐 해요.” “사모님...” 오연주의 말을 들은 종업원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다 꺼낸 목걸이를 다시 거둬들였다. “이 매장에서 제일 싼 목걸이가 얼마죠? 제일 싼 거로 할게요 그냥.” 다만 오연주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누군가가 이상야릇한 말투로 말을 내뱉었다. 그 목소리가 고스란히 오연주의 귓가에 들려왔다. “어머, 연주 씨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됐어요? 6천만 원짜리 목걸이 하나 못 사는 거예요?” 오연주가 씩씩거리며 머리를 돌리자 서주현이 떡하니 눈앞에 서 있었다. “누가 못 산대요? 이 목걸이가 지아랑 어울리지 않을 뿐이라고요!” 오연주는 서주현을 본 순간 혈압이 치솟을 것만 같았다. 하긴, 지아 얼굴에 뭘 끼면 예쁘겠어요?” 서주현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가에 득의양양한 기운이 스쳤다. “우리 딸은 나랑 함께 쥬얼리 매장에 올 때마다 어떤 디자인을 골라야 할지 몰라서 골머리를 앓는다니까요.” “워낙 비싼 액세서리들이라 그 아이 분위기랑 다 너무 잘 어울리거든요.” 오연주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지자 서주현도 서서히 흥미가 차올랐다. “그래도 너무 화내지 말아요 연주 씨. 유전이란 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서주현은 지금 간접적으로 오연주가 못생겼다고 비웃고 있다. 이에 오연주는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그 순간 그녀는 이유영을 데리고 오지 못한 게 너무 후회됐다. “유전이요? 이런 쓰레기 같은 년이 내 유전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똑같은 자매인데 얘는 유영의 미모의 천분의 일도 못 미쳐요. 애초에 병원에서 정말 아이가 뒤바뀐 건 아닌지 심히 의심이 든다니까요.” “어머 그래요? 그럼 얼른 가서 검사해봐야죠. 만에 하나 정말 뒤바뀌었다면 어느 거지 동네에서 낳은 애를 키워주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하하...” “...” 오연주는 도저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주먹을 꽉 잡아서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갈 것만 같았다. 이 차오르는 분노를 전부 이지아에게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다. “다 골랐어? 목걸이 하나 고르는 것도 왜 이렇게 우물쭈물거려? 그럴 시간 있으면 차라리 책을 더 읽겠어!!” “다 봤는데 마음에 드는 거 없어요. 그냥 사지 말아요.” 이지아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오연주는 그녀가 서주현 앞에서 대놓고 자신의 면을 짓밟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안 사?” “우리 집안이 몇천만 원짜리 목걸이 하나 못 살까 봐?” “아까는 그냥 네가 고른 디자인이 별로여서 더 예쁜 거로 고르라고 그런 거야. 세상 물정을 이렇게 몰라서야 원!” “어서 오세요!” 오연주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문 앞에서 갑자기 직원들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 선생님, 오랜만에 뵙네요.”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강현시 명문고 운성 고등학교의 장세호 교장이었다. 그의 장씨 가문은 강현시에서 백 년 동안 학업에 조예가 깊은 집안으로 조상 때부터 장원 급제한 분들이 여럿 됐다. 장세호의 세대에 이르러 그는 선뜻 교육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한편 그의 몇몇 형제들은 비즈니스를 선택했다. 이 쥬얼리 매장이 바로 장세호의 남동생 장윤호가 운영하는 매장이다. 장세호는 종업원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집사람이 곧 생일이라 목걸이 하나 사주려고요.” “대신 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당연한 말씀을요!” 장세호는 거의 절반은 그들 사장이나 다름없으니 종업원도 당연히 열성적으로 맞이하는 법이다. 한편 오연주는 장세호를 보더니 돌연 허리를 꼿꼿이 폈다. 이지아 이 폐인 따위는 운성고에 들어갈 가망이 없겠지만 이유영은 지금 운성고의 특별반에 있다. 이지아 때문에 괜히 이유영까지 이미지가 무너지면 안 된다. 여기까지 생각한 오연주는 장세호의 시선을 피해 얼른 이지아의 손을 잡고 매장을 나서려 했다. 하지만 이제 막 걸음을 내디디려던 찰나 으악 하는 소리와 함께 맞은편에 있던 종업원이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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