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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이지아의 표정이 더더욱 차가워졌다. “믿지 못하겠다면 직접 물어봐요.” “됐어, 이 일은 여기까지! 더 이상 얘기하지 마!” 할머니가 정리하고 나서야 사건이 종결되었다. 몇 십 억에 달하는 설련이 눈앞에서 사라졌으니 할머니도 마음이 아프긴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건 모두가 이지아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상이 보수적인 할머니는 아무리 어른이 잘못했다 할지라도 아이가 적나라하게 집어내면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할머니의 마음속 이지아는 어른의 말에 거역하는 불효자로 낙인되었다.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이지아에 대한 호감도 모두 사라졌다. 할머니가 정리하고 나서자 주위는 조용해졌다. 오연주는 멋쩍은 듯 마른기침을 했다. 그녀는 외삼촌 일가족이 마침 할머니 옆에 앉아있는 걸 보고 이지아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외삼촌 가족한테 다가가 할머니한테 준 선물보다 더 값비싼 물건을 내놓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민준 씨, 우리 지아도 이제 고등학교 갈 때가 되었는데 아직 적합한 학교를 찾지 못했어요. 민준 씨가 강현고등학교 선생님이잖아요. 우리 지아가 그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는지 한번 알아봐줄 수 있어요?” 하지만 도민준은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아주머니, 이 선물은 받기 부담스럽네요. 강현 고등학교가 어떤 곳인지 알잖아요. 지아는 수준 미달로 들어오지 못할 겁니다.” 이에 도민준의 아내도 한마디 거들었다. “아주머니, 지금 장난치는 거죠? 지아는 보통 고등학교에 가도 되잖아요. 우리 남편한테 그런 부탁하면 우리 남편이 얼마나 난처하겠어요? 문제 있는 학생을 추천하면 학교에서도 눈치 준단 말이에요.” ... 오연주는 말문이 막혔다. 거절당할 거라 생각했지만 멸시로 가득찬 눈빛을 직접 보니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했다. 마음 같아서는 자기 뺨을 때리고 싶었다. 이지아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이런 수모도 겪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그녀는 포기할 수 없어 이 악물고 한 번 더 부탁했다. “저도 민준 씨 마음 충분히 헤아지죠. 만약 지아를 강현 고등학교에 입학시켜주면 제가 학교에 기부라도 할게요...” “그만 하세요.” 도민준이 칼같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이건 저도 도울 수 없어요. 조금 모자라면 생각은 해보겠지만 지아는 안 된다는 거 잘 알잖아요.” 그의 말에 다른 친척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공부도 못하고 전과가 있는 아이를 강현 고등학교에 보낸다는 게 말이 안 되죠.” “연주 씨, 제가 문제아들만 받는 학교를 알고 있거든요. 거기는 군대처럼 관리하는 곳이라 지아한테 잘 맞을 거예요.” “안 그러면 학교는 관두고 기술이라도 배워야지 않겠어요? 적어도 굶어 죽지 않을 거예요.” 친척들은 지아가 못난 아이라는 걸 비꼬아 말했다. 오연주는 화가 나고 가슴이 먹먹했지만 모두 맞는 말이라 이지아한테 화를 풀 수밖에 없었다. “너도 좀 말해! 나무처럼 서서 무슨 생각하는 거야? 엄마가 기회를 찾아주고 있는데 너도 적극적으로 어필해야지!” 이지아는 도민준을 보며 말했다. “이런 기회는 필요 없어요. 특별반 담임이 아니잖아요. 그럼 저도 가기 싫어요.” 이에 친척들은 자기가 잘못 들었나 생각이 들었다. 도민준이 특별반 담임선생님이 아니라고 거절당한 것이다. 이지아가 무슨 배짱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도민준은 흠칫 놀랐다가 이지아를 보며 냉소를 지었다. “보통반에 들어갈 자격도 모자라는데 특별반을 넘보고 있었던 거야?” 도민준의 말에 주위 친척들이 어이가 없는 듯 너도나도 웃기 시작했다. “소년원에 있었으니 강현 고등학교 특별반이 무슨 존재인지 알 리가 없지.” “불쌍한 것. 잘 들어, 강현 고등학교 특별반은 강현시에서 성적이 가장 좋은 50명만 들어갈 수 있는 반이야. 게다가 매 학기마다 고사를 통해 성적이 떨어진 학생들을 다시 보통반으로 돌려보내.” “특별반은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야. 너 같이 아무것도 못하는 학생들은 특별반은커녕 보통반도 못 들어가.” 도민준은 이지아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길게 말할 필요없어. 어차피 들어가지도 못하는 곳인데.” “새 학기가 시작되면 전 특별반에 들어갈 거예요. 두고 보세요.” 이지아는 더 이상 말다툼하기 싫어 한마디 남기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고 나섰다. “기지배야! 거짓말도 상황 봐가면서 쳐야지!” 그녀의 앞길을 막은 건 그녀와 나이가 비슷한 소년이었다. 올해 강현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이기도 했다. 비록 성적은 합격이었지만 그는 최하위 보통반으로 배정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현 가족들은 파티를 열어 모든 사람들한테 아들이 강현 고등학교에 입학한 사실을 알렸다. 이기현은 이지아가 강현 고등학교, 심지어 특별반에 들어가겠다는 말에 모욕감을 느꼈다. 그는 이지아한테 강현 고등학교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 명확히 알려주고 싶었다. “난 중학교도 특별반에 있었고 성적이 항상 전교 3등 안에 들었어. 나보다 성적이 안 좋은 애들은 강현 고등학교에 들어갈 자격조차 없는 거야. 넌 너희 중학교에서 몇등인데?” 이지아는 그의 말에 대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곁에서 듣고 있던 오연주는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듯했다. 이지아와 이유영 모두 그녀가 돈을 들여 일부러 가장 좋은 중학교에 입학시켜줬었다. 하지만 이지아는 성적이 안 좋았고 심지어 얼마 다니지도 못하고 소년원으로 들어가 졸업장도 받지 못했었다. 그래도 이유영이 공부를 잘하고 강현 고등학교에 입학했기에 고개를 들고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기현아...” 오연주가 변명해보려고 했지만 이기현이 먼저 말을 끊었다. “지아야, 왜 아무 말도 못하는 거야?” 그는 이지아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아, 참! 넌 중학교도 나오지 못하고 소년원에 들어갔었지? 그러고도 강현 고등학교에 가겠다 설레발을 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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