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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장

“비서한테 일이 생겨서 제시간에 도착 못 할 거 같아. 그래서 네 도움이 필요해.” “저더러 비서 역할을 하라는 거예요?” 소정안은 확실하지 않은 말투로 물었다. 그러자 남시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할게.” 소정안은 거절하고 싶어도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저번 수학 경기 때, 남시운의 도움을 받은 걸 생각하고 소정안은 그냥 받아들였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한 오성급 호텔 앞에 멈춰 섰다. 소정안은 남시운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소정안은 거울 속의 비친 자신을 보고 검은 테의 안경을 한번 밀어 올렸다. 그런데 이때, 남시운이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잠시 훑어보았다. “나중에 시간 있으면 좀 꾸며 봐. 여자의 외모도 한 가지 우세니까.” 소정안은 뭐라 말하고 싶었는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어쩔 수 없이 입 밖으로 나오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거면, 부탁하지나 말던가.’ “뭐 하고 있어? 얼른 따라와.” 소정안은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따라갔다. 두 사람은 한 룸 안에 들어갔다 남시운이 들어가자, 상대방은 몸을 일으키고 마중 나왔다. “남 대표님, 드디어 오셨네요.” 남시운도 예의 삼아 악수했다. “오래 기다리셨죠?” 왕 대표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도착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이렇게 말하며 그는 소정안을 한번 쳐다보았다. 하지만 소정안의 외모에 실망한 건지, 바로 시선을 돌렸다. 소정안은 별로 신경 쓰지 안았다. 그녀는 남시운을 따라 그의 옆에 앉았다. “이분은 누구시죠?” 아태 그룹의 장 대표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러자 남시운이 간단하게 소개했다. “제 비서, 소정안이라고 합니다.” 소정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왕 대표님, 장 대표님, 안녕하세요.” “남 대표님의 비서구나. 미성년인 것 같은데.” 장 대표는 허허 웃으며 소정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소정안은 그 시선이 너무나도 불쾌했다. 하지만 남시운을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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