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서북쪽
넓은 초원 위에 웅장한 별장이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마치 성채와 같은 이곳은 속세를 벗어난 낙원과도 같다. 누구라도 이곳에 와서는 그 아름다움에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별장에서 소녀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이안시에 약혼하러 간다고요? 싫어요."
"정안아, 이 일은 네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이 혼약은 몇 년 전에 남씨 가문과 이미 정했어. 남씨 가문의 아들들은 모두 훌륭해. 그중 한 명과 약혼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 분명히 네 마음에 쏙 드는 이가 있을 거야."
소정안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워이브 긴 머리는 아무렇게나 목뒤로 흩어져 있었다. 그녀의 이목구비는 오밀조밀하게 예쁘고 매혹적이었으며, 남다른 매력을 뽐냈다.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 곁에서 자란 그녀는 이 사실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소정안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하지만 할아버지, 몇 가지 조건이 있어요. 그들에게 제 정체를 알려주시면 안 되구요, 그들이 우수하다고 하셨으니, 제가 1년 안에 그들 중 누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떠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앞으로 제 혼약은 제가 결정하겠어요."
할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자"
...
며칠 후 이안시 기차역에서, 비주얼 미친 4명이 출구에 서 있는 것이 어슴푸레 보였다.
차가우면서도 오만한 자, 생기가 넘치고 활발한 자...
길거리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들에게 끌렸다. 옆에서 보디가드가 막고 있지 않았다면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이들에게 연락처를 물어보기 위해 다가갔을 것이다.
"이렇게 더운 날에 할아버지께서 우리더러 그 계집애를 마중 나가라고 하시다니, 할아버지는 우리가 참 한가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
남씨 가문 막내 도련님 남주현은 투덜거렸다.
"그러니까, 기차 타고 오는 걸 보니 진짜 시골뜨기인가 보네."
샛별 국민 스타 넷째 도련님 남기정은 마스크와 모자를 쓴 채 덧붙였다.
"어제 할아버지께서 시골에서 온 그녀가 우리 다섯 형제 중에서 약혼자를 고른다고 말씀하셨을 때 농담인 줄 알았어!"
셋째 남이준도 말했다
"큰형이 제일 부럽다, 회의가 있어서 오지 않아도 되니."
둘째 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빛이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그때 기차역 출구에서 빨간 옷에 꽃무늬가 수 놓인 옷을 입은 소녀가 나타났다. 그녀의 옷차림은 매우 촌스러웠고, 그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중간 길이의 머리카락까지, 너무나도 못났다.
남주현이 남기정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봐, 요즘에도 저런 옷을 입는 사람이 있네. 헐, 나는 TV에서만 봤었지. 하하하..."
그들은 예상치 못했다. 그 소녀가 그들 앞에서 멈춰 섰다.
"안녕하세요, 남씨 가문의 도련님들이신가요? 저는 소정안입니다."
그 들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특히 남기정은 믿기 어렵다는 듯 입을 벌려 물었다.
"너, 소정안?"
할아버지가 말하신 예쁜 요정?
눈앞에 서 있는 소정안은 옷차림이 촌스러울 뿐만 아니라 피부도 까맣고, 점도 여러 개 있으며 입술은 진한 바비 핑크로 칠해져 숨이 막힐 것 같다고도 말할 수 있다.
소정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미모에 빠진 것처럼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저를 속이지 않으셨군요, 여러분 너무나도 멋지세요."
내심으로는 별로야, 아무리 잘 생겼어도 나 같은 여신한테는 못 미쳐라고 생각했다
남주현은 욕설을 내뱉을 뻔했다. 시골 출신이긴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
"소정안, 지금 당장 돌아가는 게 어때?"
"네?"
소정안은 이해하지 못한 듯 눈을 깜빡였다.
결국 둘째 형, 남씨 그룹의 부사장인 남훈이 말했다.
"일단 차를 타고 집으로 가자!"
다섯 명은 기차역을 떠났다. 소정안과 남훈은 나란히 중간석에 앉았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놀라워하며 말했다.
"와, 대도시의 건물들은 정말 높다!"
차 안에 남은 네 사람은 입을 삐죽거렸다. 전설 속 시골뜨기가 도시로 들어왔다는 것이 바로 이것?
소정안은 우연히 남훈이 찬 손목시계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와! 이 시계 정말 예쁘네! 아마 몇만 원 할 것 같아요?"
몇만 원? 둘째 형의 이 손목시계는 3천만 원이야!!!
네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제발 자신을 약혼자로 고르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차는 남씨 가문에 도착하자 별장을 보고 나서 소정안은 또다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와, 너희 집도 너무 크다."
이 별장은 그녀의 정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구나. 소정안은 하찮게 생각하였다.
옆에서 남주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끝내 참지 못해 말했다.
"그만해. 이 시골뜨기야, 촌스럽게 그만 굴어. 돌아버리겠다."
옆에 있던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들도 견딜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