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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장

이내 은침은 눈에 띄는 속도로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의 핏물이 은침을 따라 뚝뚝 흘러나왔다. 그 검은 피들이 바닥에 떨어지자 바닥이 순식간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소철혈이 당한 독이 얼마나 강한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만약 일반인이었다면 진작에 핏물로 녹아내렸겠지만 소철현은 수련 경지가 높아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안진성은 그를 곧바로 죽이지 않고 천천히 그를 괴롭혔다. 두 사람은 그 정도의 원한이 없는 관계라 그저 안진성이 음험하고 악독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 과정은 족히 십여 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지천무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것이 진이 다 빠져 있었다. 지천무는 영력으로 은침을 뽑았다. “아저씨, 지금 어떠세요?” 소철현은 기뻐하는 얼굴로 말했다. “천무야, 너에게 이런 능력이 있는 줄은 몰랐구나. 체내의 독이 이미 벌써 반은 빠져나간 것이구나. 게다가 벌써 힘들지만 진기를 운용할 수가 있어.” 소철현은 감격을 금치 못햇다. 한참 전에 절망했었는데 지금 그는 다시금 희망을 발견했다. 이 독을 해독하고 공력만 회복할 수 있다면 복수는 못 한대도 적어도 딸은 구해서 멀리 도망칠 수 있었다. 지천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아저씨, 전 잠깐 좀 쉴게요. 조금 있다가 한 번에 체내의 나머지 독을 전부 빼내 드릴게요.” “천무야. 고생했다.” 소철현이 감격에 겨운 눈빛을 했다. 힘든 시기에 손을 내밀어준다는 건 쉬운 게 아니었다. “다 제가 응당해야 할 일인 걸요.” 말을 마친 지천무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나머지 자금단을 복용한 뒤 기를 운용하며 연화해 영력을 회복했다. “천무야, 누가 왔다.” 소철현의 안색이 별안간 돌변했다. 지천무도 알아차렸다. 그리하여 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마른풀로 부식된 바닥을 가렸다. 찾아온 사람은 안옥선이었다. “십일 장로님,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으십니까?” 안옥선이 물었다. “소철현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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