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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지천무는 빠르게 그녀의 상의를 벗겼고 유아린은 절망스러운 듯 두 눈을 감았다. 지금의 그녀는 극도의 고통으로 반항할 힘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했던 폭풍우는 오지 않았다. 지천무는 갑자기 은침을 꺼내 들더니 손가락을 튕겨 그녀의 단중혈에 꽂았고 이어 또 하나하나의 은침이 그녀의 몸에 꽂혔다. 지천무는 단숨에 그녀의 몸에 일곱 개의 은침을 찌르고 한 손을 뻗어 그녀의 명치를 눌렀다. 이때 일곱 개의 은침이 가볍게 떨리기 시작하더니 희미한 빛이 나타났다. 이 모든 과정은 5분이나 지속되었고 치료가 끝났을 때 지천무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고 안색은 극도로 피로해 보였다. “됐으니까 옷이나 입어.” 지천무는 은침을 거두며 말했다. 눈을 감고 죽음을 기다렸던 유아린은 지천무의 말에 깜짝 놀라 눈을 떴는데 가슴을 짓누르던 고통이 어느새 말끔하게 사라지고 없었다. “그쪽이 날 구했어?” 유아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뭔 개소리야. 이 방에 우리 둘밖에 없는데 내가 아니면 누구겠어?” 지천무는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 유아린은 정말 놀랐다. 그녀의 심장병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강주시 제일 신의도 여태 기껏해야 그녀의 목숨을 연장만 해주었고 다시 병이 발작할 때는 더는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오늘, 지천무는 단지 은침 몇 대를 찌르고 명치를 잠시 눌렀을 뿐인데 그녀의 심장병을 치료해 주었다. 정말 대단한 의술이다. 유아린은 서둘러 옷을 입고 지천무에게 말했다. “날 구해줬다고 내가 고마워하길 바라지 마!” “기대도 안 해. 날 원망하지 않으면 그걸로 고마울 따름이야.” 유아린은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순결을 빼앗았는데 어찌 원망하지 않을까. 하지만 결론적으로 보았을 때 먼저 찾아온 건 그녀였고 지천무는 그녀의 목숨을 구해줬으니 사실 원망할 것도 없었다. “그 500만 원은 치료비라고 생각해. 우린 계산 끝난 거야.” 말을 끝낸 유아린은 방에서 나갈 준비를 했다. “거기 서!” 지천무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이거 아까는 어젯밤에 대한 수고비라며? 근데 왜 또 치료비가 되었지?” 유아린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 돈은 그에게 주는 수고비가 아니라 단지 그녀가 마음이 편해지려고 주는 돈이자 동시에 지천무에게 더는 그녀를 찾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였다. “현금 없으니까 계좌로 쏴줄게.” “난 현금만 받아. 그러다가 날 사기죄로 고소라도 하면 어떡해?” “그러면 지금 당장 현금 찾아올 테니 기다려.” 유아린이 말했다. “그건 안 되지. 여길 나가고 도망가면 내가 그쪽을 어디 가서 찾아?” 지천무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럼 같이 가던가!” 유아린은 화가 솟구쳤다. “그것도 안 되지. 그러다 그쪽이 아니라고 잡아떼면서 오히려 날 억울하게 만들면 어떡해?” “어쩌라고!” 유아린은 짜증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지천무는 입술을 오므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러면 사람 시켜서 돈 가져와.” “그건 안돼!” 이번엔 그녀가 안 된다고 했다. 그녀는 남자와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는 사실을 절대 알릴 수 없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방법만 남았어.” 지천무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유아린을 바라봤다. “어떤 방법?” “전에는 내가 선수였다면 이번에는 역할을 바꾸는 거지. 날 즐겁게 해주면 돼.” “너!” 유아린은 지천무를 가리켰는데 분노로 몸이 다 떨려왔다. 결국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손을 내리고 눈을 감았다. 그 모습에 지천무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벗기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지만 결국 참았다. “이봐, 지금 뭘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내가 아니라 그쪽이 움직이라고.” 그 말에 유아린은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하겠으면 빨리하고 싫으면 그만둬!” 유아린은 씩씩거리며 말했다. 유씨 가문의 아가씨이자 강주시 갑부의 딸이 순결을 잃은 것만 해도 화가 나는데 뭐가 어쩌고 어째? “아니, 그렇게 무섭게 구는데 내가 흥이 생기겠어? 됐다, 그냥 내 약혼녀나 찾으러 가야겠다.” 지천무는 하품을 하며 느긋하게 말했다. “너 같은 나쁜 자식에게 약혼녀가 있었어? 어떤 눈먼 여자가 널 좋아한다고.” “지금 누굴 우습게 보는 거야? 내 약혼녀 명문가 딸이야. 이씨 가문 이미소라고.” 지천무는 우쭐렁거리며 말했다. “쳇! 그 집안은 강주시에서도 꽤 명성 있는 가문이야. 그런데 그 집 아가씨가 너와 약혼해? 뻥치시네!” 유아린이 지천무의 말을 믿을 리가 없다. 이씨 가문은 비록 유씨 가문에 미치지 못하지만 강주시에서 그나마 알아주는 재벌가이다. 그러니 이씨 가문의 아가씨의 약혼 상대는 반드시 명문가의 도련님이지 절대 이런 무뢰한일 수 없다. “못 믿겠으면 그만둬. 별일 없으면 이젠 가 봐. 이러다 내가 또 흥이 생기면 그쪽은 여기서 못 나갈 수도 있어.” 지천무의 의미심장한 말에 유아린은 깜짝 놀라 다급히 도망갔다. 황급히 도망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지천무는 괜히 웃음이 나왔다. 이내 그는 현금 뭉치를 집어 들더니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존 그룹의 지존이자 회장으로 그가 소유한 자산만 수십조에 달한다. 게다가 훌륭한 의술로 용국의 살아있는 허준이라 불리는 사관희도 고작 그의 가장 무능한 제자이다. 또 제일 무관의 관주도 고작 그의 기명 제자일 뿐인데 오늘 그는 처음 보는 여자에게 호스트바 선수 취급을 받았다. 정말 우스운 상황이다. “됐다. 약혼녀가 기다리니까 그만 생각하자.” 지천무는 기지개를 켠 후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이때 휴대폰이 울렸고 전화기 저편에서는 더없이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장님, 부하 오세준 지금 회장님이 묶고 계신 호텔 입구에서 대기 중입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분부하십시오.” “강주시 책임자인가요?” 지천무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했다. 그의 지존 그룹은 전 세계 많은 대도시에 수두룩이 분포되어 있었고 책임자들도 셀 수 없이 많아 기억하기가 쉽지 않았다. “네, 맞습니다. 본부에서 회장님의 일정을 전해 듣고 특별히 모시러 왔습니다.” “지금 바로 내려갈게요.” 지천무는 담담하게 말했다. 같은 시각, 호텔 입구에는 명품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전화를 끊었는데 이 남자가 바로 지존 그룹 강주시 지사의 대표 오세준이다. 그가 손짓을 하자 십여 대의 롤스로이스가 잇달아 입구로 달려왔다. 오세준은 비록 강주시라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인물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두 손을 모은 채 겸손한 표정으로 똑바로 서 있었다. 지금 그가 맞이하는 남자는 신과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때 마침 유아린이 가방을 들고 호텔을 나섰는데 초췌한 모습에도 그녀의 미모는 여전히 빛났다. 호텔 밖을 나서자마자 그녀는 눈앞의 광경에 크게 놀랐다. 지존 그룹 강주 지사의 대표 오세준 아니야? 왜 여기 있지? 유씨 가문은 비록 강주시의 제일 명문가지만 지존 그룹에 대해 여전히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 어쨌든 지존 그룹은 세계 최고의 그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그룹 대표가 여기서 대체 누굴 기다리고 있는 거지? 그의 신분으로 봤을 때 그가 기다리는 인물은 반드시 그보다도 더 지위가 훨씬 높은 인물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 설마 지존 그룹의 고위직이라도 온 건가? “호텔을 비우는 중이니 관계자 외의 분들은 신속히 떠나 주세요.” 이때 경호원 한 명이 다가와 말했다. “오 대표님, 여기서 누구 기다리세요?” 유아린이 다가가 물었다. “아린 양이네요. 네, 누굴 기다리는 건 맞다만 말씀드리긴 곤란하니 양해해 주세요.” 오세준은 난감한 표정으로 그녀의 질문을 피했다. 이내 유아린도 눈치껏 자리를 떠났다. 하긴, 순결을 잃었으니 기분도 꿀꿀하여 상대가 누군지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때, 마침 지천무가 호텔에서 나왔는데 온몸에는 싼 티 나고 촌스러운 싸구려 옷을 걸치고 있었다. “저 재수 없는 놈은 왜 또 나타났어.” 유아린은 화가 솟구쳐 다급히 주차장으로 갔다. 이때 마침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아린아, 너 어제 외박했던데, 어디서 잤어?” “친구 집에서 잤어요.” 유아린은 대충 거짓말을 둘러댔다. 그렇다고 모르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빨리 집에 돌아와. 할아버지 위독하셔!” “네?” 유아린은 깜짝 놀랐다. “지금 바로 갈게요.” 아쉽게도 그녀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보았을 텐데 말이다. 이때 오세준이 앞장서서 한쪽 무릎을 꿇고 지천무에게 인사를 올렸다. “지존을 뵙습니다!” “지존을 뵙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이 남자는 사실 신과 같은 공포의 존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일어나세요. 이씨 저택으로 출발합시다.” 지천무가 담담하게 말했다. “네, 회장님. 차에 타십시오.” 오세준은 지천무를 중간에 세워 둔 롤스로이스로 안내하고 직접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았다. 앞뒤로 각각 6대의 롤스로이스가 지천무가 탄 차를 호위하는 장관을 연출했고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춘 채 멍한 표정으로 행렬을 바라봤다. “됐으니까 차 여기서 세우세요.” 이씨 저택에 거의 도착했을 때, 지천무는 먼저 차에서 내렸다. 비록 혼약이 있지만 그는 먼저 상대를 알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상대를 알아보려면 혼자 가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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