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여봐라, 이놈의 사지를 뜯어 밖에 던져버려.”
조명휘의 명령에 주변의 타수들은 바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잠깐만요!”
유아린은 다급히 그들을 말리고 지천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진짜 여기서 팔다리 다 잘리고 싶은 거야?”
“저깟 잔챙이들이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지천무는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지천무 씨 도울 수 없어.”
유아린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어찌 된 사람이 고집이 이렇게 센 거지?
지천무는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난 유아린 씨의 도움 따윈 필요 없어. 난 저 잔챙이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아.”
“배짱 하나 좋군. 죽음을 앞두고도 큰소리를 치다니. 그래, 네 놈 배짱이 얼마나 큰지 어디 똑똑히 두고 보자고. 저놈 팔다리 다 잘라버리고 주둥이도 찢어버려!”
조명휘는 살기등등해서 소리를 질렀다.
“조 회장님, 제가 한 번만 더 타일러 볼 게요.”
유아린은 다시 한번 지천무 앞에 막아섰고 지천무는 그녀의 행동에 감동했다.
유아린의 말에 조명휘는 하는 수 없이 타수들을 제지했다. 그러다 유씨 가문이 분노하면 그들에게 좋은 점이 없기 때문이다.
유아린은 지천무를 한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이거 지금 장난 아니야. 한다면 하는 사람들이라고. 계속 그렇게 고집부린다면 나 진짜 지천무 씨 못 도와줘.”
“억지 아니고, 저 잔챙이들은 정말 내 상대가 못 돼.”
지천무는 있는 그대로 말했다. 천하의 지존이, 칠살전이나 유명전과 같은 강력한 존대들조차 그의 이름만 들으면 두려워하는데 어찌 이깟 볼품 없는 가문을 두려워한단 말인가?
“허세 그만 부리면 안 돼? 난 당신 같은 사람이 제일 싫어. 우리 할아버지만 아니면 나 진짜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거야!”
유아린은 버럭 화를 냈다.
“허세 아니고, 신경 쓸 필요 없어.”
지천무가 말했다.
“후회하지 마!”
유아린은 제대로 화가 났지만 그래도 떠나지 못하고 유운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재 상황은 이미 그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었기에 유운철이 직접 와야만 이 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조명휘 등 사람들은 이미 인내심을 잃은 지 오래다.
“뭐 하고 있어! 당장 처리해!”
몇몇 타수들은 살기등등해서 지천무를 향해 다가갔다.
“당장 엎드려!”
그리고 그중 한 타수가 앞장서서 지천무의 가슴을 향해 킥을 날렸다.
이 타수들은 전부 조씨 가문이 거금을 들여 키우고 있는 타수들이라 하나같이 실력이 대단하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바닥을 뒹굴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지천무의 모습을 상상한 듯 혀를 끌끌 차기 시작했다.
유아린은 잠시, 아주 잠시 마음이 아팠지만 결국 지천무의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다.
지천무는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상대의 발을 피하고 손을 뻗어 상대의 뺨을 후려쳤다.
“짝!”
우렁찬 소리와 함께 상대 타수는 몇 바퀴나 빙빙 돌다가 털썩 넘어져 저만치 굴러가더니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생각지도 못한 지천무의 실력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머지 타수들도 흠칫 놀랐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들은 머릿수가 많기에 먼저 지천무를 포위하고 동시에 공격했다.
그런데 이때, 지천무는 위로 2미터도 넘게 뛰어오르더니 공중에서 그들을 향해 연속 킥을 날렸고 순간 몇몇 타수들은 그대로 뒤로 날아가 떨어졌다.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사람들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충격과 불신에 휩싸였다.
그중에서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유아린이다. 그녀는 단지 지천무가 의술만 고명하다고 생각했지 싸움 실력도 이렇게 강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지천무는 몸을 돌려 조명휘를 향해 시큰둥하게 입을 열었다.
“이깟 잔챙이들로 날 상대하려 하다니, 정말 우습군요.”
“네 이놈! 건방 떨지 마! 지금 바로 흑호당의 흑호 님에게 연락할 것이다. 넌 오늘 반드시 죽는다.”
“맞다, 맞아요. 빨리 흑호 님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하세요.”
옆에 있던 나홍미는 놀라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했다.
“조 회장님이 흑호당의 흑호와 아는 사이야? 흑호라면 우리 강주시 지하 황제잖아.”
“맞아, 흑호당은 수백 명의 부하가 소속되어 있고 세력도 아주 강하다고 해. 듣자니 지존 군단과도 어떤 관계가 있어서 일류 명문가조차 감히 그들을 건드릴 수 없다고 해.”
흑호당을 언급하자 사람들은 경회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유아린조차 안색이 크게 변했다.
조명휘는 이내 흑호와 연락이 닿았다.
“흑호 님, 조명휘입니다. 제 아들놈 결혼식에 소란을 피우고 제 아들 며느리를 폭행한 무법자가 나타났으니 흑호 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후, 조명휘는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흑호 님이 바로 사람을 데리고 도착할 테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어.”
지천무는 자리를 찾아 엉덩이를 붙이고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긴 하겠지만 그쪽이 염라대왕을 모셔 온다고 해도 난 두렵지 않아요.”
“좋아! 그렇다면 네놈의 죽는 꼴을 똑똑히 지켜볼 테야.”
조명휘는 이젠 화도 나지 않았다.
조양호와 이미소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지천무의 따귀를 맞은 두 사람은 이미 이가 몇 대나 빠져나간 상태다. 하필 결혼식에 이런 추태를 당하다니, 이건 정말 굴욕이다.
유아린은 지천무에게 빠르게 다가가 말했다.
“앉아만 있지 말고 빨리 도망쳐. 흑호당 사람들이 오면 도망가려고 해도 못 가!”
지천무는 감동이라도 받은 듯 말했다.
“유아린 씨 나 엄청 걱정하네. 하지만 그깟 흑호당, 난 두렵지 않아.”
그 말에 현장은 발칵 뒤집혔다.
“저 자식 진짜 건방지네, 흑호당도 두렵지 않다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저 새끼 그냥 병신이야. 이따 흑호 님이 오면 아마 바지에 오줌이나 질질 쌀 걸?”
사람들은 지천무의 죽음을 확신하고 저마다 한 마디씩 빈정대기 시작했다.
유아린은 뚜껑이 열릴 것 같았다.
“지천무 씨! 당신 싸움도 꽤 잘하는 건 알겠지만 흑호당은 조직이야. 그런데 한꺼번에 그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게다가 흑호당에는 고수들이 아주 많아. 심지어 지천무 씨보다 더 강한 강자들이 수두룩하다고. 그러니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빨리 도망가!”
지천무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아린 씨, 나 걱정하는 건 알겠지만 정말 그럴 필요 없어. 흑호당은 정말 별거 아니야.”
“때가 언젠데 아직도 허세요? 죽는 게 두렵지도 않아?”
유아린은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려왔다. 하지만 지천무는 그녀의 말을 전혀 들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린아, 무슨 일이야?”
유아린의 연락을 받은 유운철은 유해산과 유해림, 유문성을 거느리고 빠르게 달려왔다.
“할아버지, 아빠, 작은 아빠. 왜 이제야 오셨어요.”
유아린은 다급히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누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그냥 자업자득인 거잖아. 근데 왜 굳이 도와줘야지?”
유문성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문성이 말이 맞아.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데 상관할 것 없어.”
유해림이 한 술 거들떴다.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야. 그런데 어찌 모른 척 해!”
유운철은 매서운 눈빛으로 유해림 부자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목숨값은 이미 20억이나 줬잖아요.”
유해산이 말했다.
“못난 것들! 늬들 눈에는 내 목숨이 고작 20억밖에 안 돼?”
유운철이 버럭 화를 내자 유해산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버지, 그런 뜻이 아니라요. 흑호당의 세력이 워낙 강하기도 하고 그 사람들 하나같이 무서운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상관해요.”
유운철은 이내 걱정에 빠졌다. 아들의 말대로 흑호당은 확실히 그들조차 꺼려하는 존재이다. 결국 유운철은 지천무에게 다가가 말했다.
“천무 군, 흑호당은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니 빨리 가게.”
“호의는 받아들이겠으나 전 갈 생각이 없어요. 오히려 그들이 절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한데요?”
지천무는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종업원을 불러 한 병에 6천만 원이나 하는 지존용정주를 주문해 혼자 마셔댔다.
유운철은 그를 한 번 더 설득하려고 했지만 유아린이 말렸다.
“할아버지, 그만 애쓰세요. 저도 몇 번이고 설득했지만 이렇게 버티고 있네요.”
“후...”
유운철은 결국 한숨을 내쉬고 조명휘에게 다가가 말했다.
“조 회장님, 제 체면을 봐서라도 조금만 양보해 주시지요.”
그러자 조명휘는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어르신, 제가 체면을 세워 드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저 자식이 너무 무례해서 제가 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주려는 겁니다.”
“조 회장님, 천무 군을 한 번만 봐주신다면 당장 4천억 원 상당의 계약서를 드리겠습니다. 어떠신지요?”
유운철은 체념하지 않고 물었다.
이런 유혹적인 제안에 이명휘는 이내 마음이 흔들렸다. 4천억 상당의 계약서라... 그렇다면 적어도 이윤이 몇백억은 떨어진다는 소리다. 몇백억이라는 돈은 조씨 가문에 있어 상당히 큰 금액이다.
“아버지, 절대 안 돼요. 오늘 저 자식에게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우리 조씨 가문은 앞으로 한주시에서 얼굴도 못 쳐들고 다니게 될 거예요.”
조양호가 씩씩거리며 말하자 조명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어르신, 죄송합니다.”
“흑호당 흑호 님 도착하셨습니다!”
순간 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입구로 향했고 멀리서부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가장 앞에 선 사람은 중년 남자인데 체구는 우람한 편이 아니지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흑호 님!”
흑호를 발견한 조명휘는 크게 기뻐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