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왜 이래요? 나 수업 가야 해요.”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교문 앞에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좋은 운이 따를 것만 같은 번호판만 보아도 그 값어치가 엄청날 것이라는 게 대충 짐작이 갔다. 나는 그 차가 주현수의 차라는 걸 알았다.
주현수는 나를 차 쪽으로 끌고 갔고 멈춰 선 뒤엔 몸을 돌려 날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예전에는 저 자식을 위해서 매일 수업에 빠지며 알바를 했었지. 그때는 학업이 안중에도 없더니 왜 내가 찾아오니까 갑자기 학업이 중요해진 건데?”
주현수가 허를 찌르자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차 안에서 얘기해.”
주현수는 거절 따위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차 문을 열고 내 머리를 눌러 나를 조수석에 태웠다.
그 때문에 기분이 더 나빠졌다.
“흠.”
주현수가 운전석 문을 열고 차에 앉았다. 내 표정이 굳은 걸 본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내가 저 자식이 네게 고백하는 걸 막아서 그래? 그래서 기분이 안 좋은 거야?”
난 주현수 때문에 화병이 날까 봐 심호흡을 했다.
“왜 그렇게 많은 학생들 앞에서 제 신분을 얘기한 거예요?”
나는 주현수를 바라봤다. 내가 질문을 던지자 주현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네게는 주씨 가문 딸이라는 신분이 저 쓰레기 같은 자식에게 시달리는 것보다 더 창피한 일이야?”
나는 주현수를 바라봤다. 예전의 기억들이 자꾸만 떠올라 일부러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전 주제 파악을 잘하는 것뿐이에요.”
나는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시선을 내려뜨렸다.
“주씨 가문은 절 좋아하지 않아요. 저도 주씨 가문과 엮이는 걸 원하지 않고요.”
내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우리 엄마가 갓 주씨 가문의 사모님이 됐을 때 주현수가 얼마나 불만스러워했는지, 그리고 주씨 가문 도우미들이 우리 엄마를 얼마나 무시했었는지를 기억했다.
그렇게 차 안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주현수는 한참 뒤에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깟 강주호 하나 때문에 이렇게 비참해질 필요는 없잖아. 너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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