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장
“내가 괜히 귀국했어. 은아 씨, 주호한테 기회를 줘.”
허가람의 말에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상한 사람도 가끔은 이해해 줘야지. 내가 착한 사람인 걸 어쩌겠어?’
나는 그녀의 눈을 마주 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잘 들어. 나랑 강주호 사이 문제는 너랑 아무 상관 없어. 그건 강주호가 날 속이고 몇 년 동안 바보로 만든 탓이지, 너의 귀국과는 전혀 관련 없어. 그리고 너랑 나 사이의 문제도 강주호와는 아무 상관없어.”
허가람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은아 씨랑 나 사이의 문제? 무슨 문제?”
나는 미소를 머금고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난 오늘 네가 전우혁과 얽힌 일에 대해 사과하려고 온 줄 알았는데?”
허가람은 순간 당황한 듯 멈칫하더니 곧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은아 씨, 난 진짜로 사과하러 온 거야.”
“됐어.”
나는 더 이상 그녀와 말다툼할 기력도 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이렇게 한발 물러서는 척하면서 약자인 척하는 연기도 너무 지겨워. 난 더 이상 봐주고 싶지 않아.”
허가람은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며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주호랑 화해하고 다시 잘 지내면 넌 천천히 나를 밀어내고 또다시 강주호의 여자 친구 자리를 차지하려들 거 아니야?”
나는 가볍게 비웃으며 다시 물었다.
“인정해. 너의 치밀한 계획!”
허가람은 당황한 눈빛으로 손을 흔들며 부정했다.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은아 씨, 나를 그렇게 몰아세우면 어떡해!”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알겠지.”
나는 단호하게 쏘아붙였다.
“아니라고!”
갑자기 허가람이 화를 내며 들고 있던 가방을 나에게 던졌다.
“은아 씨! 은아 씨가 주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해서 이렇게 함부로 굴어도 되는 거야? 은아 씨가 주씨 가문의 딸이라고 해서 사람들을 이렇게 깔봐도 되는 거야?”
가방이 내 팔에 맞았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몸이 살짝 휘청였지만 나는 눈살만 살짝 찌푸릴 뿐이었다.
“내가 사람을 깔본다고? 웃기지 마. 강주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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