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주찬영의 말을 들어 보니 주현수가 독립해서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마치 나 때문인 듯했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주현수는 몇 번이나 내가 싫다고, 내가 자기 여동생이 되는 게 싫다고 했었다.
나는 천천히 시선을 내려뜨렸다.
“아저씨,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현수... 주 대표님은 절 아주 멀리하세요. 제가 설득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 없을 거예요.”
주찬영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네가 설득해 줬으면 좋겠다. 현수가 정말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단다. 이게 너랑 상관없는 일이라는 걸 아저씨도 알고 있어.”
나는 미간을 구기면서 고개를 들어 진지하게 거절하려고 했다. 그러나 고개를 든 순간 나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현명하고 명석한 사람이라 뭐든 해낼 것만 같던, 머리카락 한 올조차 흐트러지지 않던 주찬영도 어느샌가 나이를 먹었다.
그의 구레나룻은 하얬고 눈동자도 혼탁했다.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애절하게 날 바라보는 그는 시장을 주름잡던 주찬영이 아니라 아들이 화를 풀고 집에 자주 와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한 아버지였다.
결국 나는 목 끝까지 차올랐던 말을 삼키면서 심호흡을 한 뒤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한 번 시도는 해볼게요.”
주찬영은 눈에 띄게 기뻐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엄마를 두둔했다.
“아저씨, 저희 엄마 나이도 많이 드셨으니 부디 아저씨께서 잘 돌봐주셨으면 해요. 만약 저희 엄마가 눈에 거슬리신다면... 제가 며칠 뒤 직접 와서 저희 엄마를 모셔갈게요.”
나의 간절한 눈빛을 본 주찬영은 서서히 시선을 돌렸다.
“은아야, 그때 그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야. 주씨 가문 사람들 모두 네 엄마를 잘 돌보고 있단다. 다만... 너희 엄마는 가만히 있는 걸 오히려 불편해해. 그래서 항상 뭔가를 하려고 한단다.”
나는 조금 놀랐다.
“그래도 네가 얘기를 꺼냈으니 내가 설득해 보마. 걱정하지 말렴.”
주찬영은 진지하게 나와 약속해다.
“네.”
나는 감격한 얼굴로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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