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장

문우진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어… 저는… 저는 연화 선배의 후배예요…” 허태윤이 그를 흘겨봤다. “연화에게 마음이 있는 후배에게 나더러 마음 놓고 연화를 맡기라고요?” 순간 얼굴이 붉어진 문우진은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혈기 왕성한 소년은 자신의 인품이 의심을 받자 조금 화가 났다. “그래요, 저 연화 선배 좋아해요! 하지만 전 그런 망나니가 아니에요. 절대로 연화 선배에게 무례한 짓은 하지 않아요. 전 연화 선배를 존중한다고요!” 눈을 가늘게 뜬 허태윤은 고연화 손에서 몰수한 칵테일을 흔들며 입꼬리를 올렸다. “대단하긴 하네, 진짜로 내 면전에서 고백을 다 하고?” “저…” 얼굴이 한층 더 새빨개진 문우진은 몹시 난처해 보였다. 자신의 친구가 곤란해하는 것을 본 고연화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저씨, 이제 더는 술 안 마신다고 약속할게요. 다른 할 말없으면 먼저 가요.” 허태윤은 먹물같이 어두운 눈동자로 고연화를 바라봤다. “쫓아내는 건가?” 고연화는 고개를 저었다. “쫓아내는 게 아니라, 부탁하는 거죠! 부탁이니, 나가주세요. 여기 있으면 제 친구들이 겁먹잖아요!” 허태윤의 안색이 별안간 굳어버렸다. 친구들이 겁을 먹는다니? 이 꼬맹이는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자신이 정말로 그렇게 무섭나? 그때, 누군가가 룸 안의 음악 볼륨을 줄였다. 이내, 한 무리의 여자들이 잔뜩 흥분하며 그에게 몰려들었다. “우와! 우리 모교에 건물 기증하신 그 분 맞으시죠?” “연화야, 네 가족분 엄청 잘생기셨다!” “연화야, 얼른 소개해 줘. 여기 이 잘생긴 분 너랑 무슨 사이야?” 여학생들은 잘생긴 남자를 보자 흥분하기 시작했다. 두 눈에서 침이 뚝뚝 흐를 기세였다. 눈썹을 들썩인 허태윤은 비웃으며 말했다. “보다시피, 친구들이 딱히 겁먹은 것 같지는 않은데요?” “…” 이 순간 그녀는 엄청난 적수보다 멍청한 아군이 무섭다는 말이 뭔지 명확하게 깨달았다. 그중 한 여학생이 열정적으로 물었다. “잘생긴 아저씨, 남아서 저희랑 같이 놀아요! 오늘 우리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