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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장

이제 본론을 이야기할 때가 돼 허윤진을 쳐다보는 고윤화의 느긋한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 “내가 굳이 이곳에 들어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너한테 날 집안에서 쫓아내겠다고 그런 이상한 짓들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야. 왜냐하면 때만 되면 난 제발로제 발로 떠날 거거든. 네가 나더러 남아 있으라고 해도 1초도 더 남아있기 싫아!” 멈칫한 허윤진은 의아해졌다. “때가 되면? 무슨 때?” 고윤화는 눈썹을 들썩였다. “너 알고 있잖아? 네 오빠가 나랑 결혼을 한 건 다 너희 할아버지 병세 안정을 위한 거라고. 3개월 뒤에 네 할아버지의 병세가 완전히 안정되면 나와 네 오빠의 혼인 관계는 자연스레 해제될 거야. 그때가 되면 난 물러날 테니까 누굴 네 새언니라고 두고 싶으면 둬!” 허윤진은 그 말이 믿기지가 않아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때가 되면 제발로제 발로 떠날 거라는 걸 내가 왜 믿어야 하는 건데? 흥, 거짓말하지 마! 내가 봤던 모든 여자들은 다 기회만 있으면 우리 오빠한테 달라붙으려고 했어!” 고연화는 웃음을 터트렸다. “허윤진 씨, 넌 이해 능력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아니면 내가 말을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는 거야? 네 오빠가 아무리 좋아도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라니까! 오히려, 난 피하기 바빠, 이 3개월이 하루빨리 끝났으면 한다고!” 허윤진은 반신반의하며 고연화를 쳐다보다 사색에 잠겼다… 고연화는 완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정말로 오빠에게 조금의 호감도 없는 건가? “참, 만약 네 오빠랑 내가 그때가 돼서도 헤어지지 못하길 바라지 않는다면 이 3개월에 관한 이야기는 네 할머니에게 알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네 할머니에 대해선 나보다 네가 더 잘 알겠지만 그분은 지금 손주를 안고 싶어서 안달이거든. 만약 나와 네 오빠 사이에 부부의 결실을 맺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 어떻게든 개입하려 하실 거야! 알겠어?” 말을 마친 고연화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 그녀가 이런 말들을 한 건 다 허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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