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장
허태윤의 긴 눈이 더욱 가늘어졌다.
“그렇게 중요한 물건인데 왜 함부로 남에게 줬는데? 이미 줬으면 받은 사람이 어떻게 하든 그 사람 마음 아닌가?”
소유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강찬양은 소유의 편을 들었다.
“태윤 형, 저 여자가 글쎄…”
허태윤의 차가운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리고 너, 한 번만 더 내 앞에서 내 아내 험담을 하려 들면 앞으로 날 못 보게 될 거야.”
아내? 태윤 형이 무려 아내라는 호칭으로 고연화를 불렀다.
강찬양은 놀라서 멍해졌다.
그 사이 허태윤은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강찬양은 주먹을 말아쥐면서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소리쳐 물었다.
“태윤이 형, 저 여자가 형 아내면 그럼 우리 누나는 어떻게 되는 건데?”
허태윤은 잠시 멈칫하다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이내 빠른 걸음으로 고연화의 뒤를 따랐다.
지연우도 정신을 차리고 그들을 따라갔다.
“삼촌, 외숙모. 같이 가요!”
소유와 강찬양의 안색은 하나 같이 다 어두웠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강찬양은 불쾌한 듯 사람들을 노려보면서 호통을 쳤다.
“뭘 봐요! 다들 밥이나 먹죠?”
…
차에 올라탄 세 사람은 먼저 지연우를 집으로 바래다주었다.
수다쟁이가 하나 사라지니 차 안은 유독 조용했다.
고연화는 차창을 내려 밤바람을 쐬었다.
“아까 그 시계, 2억이에요.”
허태윤의 덤덤한 목소리에 고연화는 코웃음을 쳤다.
“이미 더럽혀진 내 결백함은 돈으로 값을 매기지 못해요.”
허태윤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럼 이번엔 내가 그 쪽한테 잘못한 게 된 건가?”
고연화의 커다란 눈망울이 그를 향했다.
“아저씨, 설마 아저씨도 제가 소유 씨 시계를 가져갔다고 의심하는 건 아니죠?”
허태윤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의심하는지 안 하는지가 꽤 중요한가 보죠?”
고연화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저씨, 우리가 가짜 부부이긴 하지만 진짜 파트너이기도 하거든요! 전 파트너 사이에도 최소한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앞으로 같이 뭘 해나가기 어려워 질 거잖아요.”
허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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