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19장
지성은 벌써 윤서의 일정도 환히 꿰고 있었다.
윤서는 월수금엔 꼭 본가로 향한다.
버티기 힘든데도 불구, 화연에게서 조금의 단서라도 얻기 위해서다.
하여 지성은 윤서의 기분 전환을 위해 그 뒤로 함께 밥을 먹거나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럼요, 오늘도 가야지. 밥 먹고 나서 문자 보낼게요.”
“미리 보내, 내가 차 가지고 갈게.”
“아니, 나 오늘 운전해서 왔어요. 주소 보내주면 내가 바로 거기로 갈게요.”
“그래도 되고.”
약속을 잡은 뒤에도 둘은 전화를 끊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엔 서로의 가느다란 호흡만 전해질 뿐이었다.
윤서는 어쩐지 행복과 또 한걸음 가까워진 기분이다.
“나 운전해야 되는데 끊을까요?”
“방해 안 할 테니까 이대로 있어.”
그렇게 둘은 가는 길에도 시시콜콜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통화일 뿐인데도 꽤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윤서의 집안은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당시 저택을 비교적 외지고 조용한 곳에 마련했다, 주위엔 비슷한 명문가들도 자리 잡고 있었다.
수도 없이 오간 익숙한 길에서 돌연 차량 몇 대가 윤서의 앞을 가로막았다.
윤서가 황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겁에 질린 사이, 남자가 다가와 차창을 두드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지성이 곧바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몰라요, 사람들이 내려서 내 차를 둘러쌌어요.
미행당한 것도 아닌데, 이 사람들 차가 앞에서 가고 있었다고.
어떡하지?”
그저 단순 시비인 줄 알았던 윤서와 달리 지성은 이상함을 눈치챘다.
“창문 내리지 마, 절대!
시비 걸려는 게 아니야,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몰라.”
그 말에 윤서도 정신을 부여잡았다.
앞 차량의 번호판을 보려 했으나 애석하게도 거기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낮에 하나같이 마스크를 쓴 그들은, 대부분이 검은색 옷차림에 누가 봐도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눈에 띄는 거 있어?”
지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와장창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먹을 덥석 말아 쥔 그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윤서? 나윤서!”
“으악——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