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45장
“직접 오시지 못하는 이유라도 있을까요?”
서준석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나이에 경찰서에 갔다가 아는 얼굴이라도 만나면 얼마나 쪽팔리겠다고.
경찰은 그런 그들이 한심할 따름이다.
“어떻게 하시든 다 선생님 선택입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그 시각, 병원에 실려온 서수연은 간단한 처치를 마쳤다.
다행히 상처가 깊진 않단다.
“근데 왜 수연이는 아직도 안 깨는 겁니까?”
강준영의 질문에 의사가 의미심장하게 운을 뗐다.
“기억하시나요?
지난번 입원 당시, 제가 사모님 심리 상태에 유념하시라 말씀드렸죠.
제가 심리학 전공은 아니지만, 심각한 상처가 아님에도 깨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의 문제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서수연 씨는 겉보기엔 긍정적이고 밝아보이지만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으세요.
그녀의 심리 상태에 대해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번 이후로 많이 밝아졌다 싶었더니 같은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아직까지 깨지 못하는 게 심리적 요인 때문이라는 건 강준영도 미처 예상치 못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어쩌다 이렇게 다치신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조용히 누워있는 서수연을 보다 강준영이 한숨을 내뱉었다.
“친어머니한테 가격 당한 겁니다.”
놀랐는지 의사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선생님, 다른 건 더 묻지 않겠습니다.
대신 한시라도 빨리 심리 상담사를 찾아보시죠. 사모님 깨시면 곧바로 상담부터 받으실 수 있게요.”
그의 조언이 아니더라도 강준영은 심리 상담사를 찾아볼 심산이었다.
오랜 시간 이런 집안에서 자라오며 정신적 타격 또한 만만치 않았을 거다.
그리고도 제 마음 속의 어두운 면을 꽁꽁 감추며 홀로 감내하기만 했겠지.
십수 년 동안 남몰래 삼켰을 부정적 감정들이 대체 얼마일진 감히 상상도 안된다.
오늘 이은숙의 손찌검으로 수연에게 남은 유일한 동아줄이 끊어지게 됐을지 모른다.
강준영은 방금 전 제 행동에 일말의 후회도 없다, 외려 더 세게 휘두르지 못한 게 아까울 따름이다.
상대가 부녀자만 아니었어도 곤죽이 되도록 두들겨 팼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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