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03장
할머니의 미간에 짙은 주름이 잡혔다.
유가영의 저렇듯 치졸한 모습을 손자 놈은 과연 상상이나 할까.
“네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걸 내가 무서워할 거 같니?
난 그냥 둘의 평화가 누군가에 의해 깨지는 걸 원치 않을 뿐이야.
그 속내를 내가 언젠가 준영이한테 말하면 어쩌려고?”
떠난 제 언니를 앞세워 은인 행세라니.
강씨 집안에서 유가영의 언니에게 빚진 건 맞지만 그 아이는 착하고 올곧기만 했다.
다만 친동생은 어쩜 이리도 고약할까.
아직도 저를 호락호락하게 보는 유가영이 우습기까지 하다.
눈물 자국을 스윽 닦아낸 유가영은 잔뜩 상처 받은 표정이었다.
“그럼 오빠한테 말씀하세요.
저희가 나눴던 대화 전부 알려주셔도 되는데요, 딱 한 가지——
오빠 입으로 직접 내쫓기 전까진 저 절대 여기서 안 나가요.”
그만큼 그녀는 자신만만했다.
아무리 할머니가 곧이곧대로 이른다 해도 강준영은 결단코 저를 내쫓지 않을 테니.
강준영은 책임감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해, 동생을 잘 보살펴 달라던 언니의 마지막 소원을 단 한 번도 저버린 적 없지 않은가.
“참 교활하구나 넌.”
그 말에 유가영은 또다시 화등잔 만해진 눈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교활하다니요 할머니.
전 그냥 여기 더 머물면서 저에 대한 두 분의 인식을 바꿔드리고 싶을 뿐이에요.
오빠 위해 효도도 다 할 겸요.”
“하, 효도를 다해? 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가 인정한 손주 며느리는 수연이가 유일해. 과연 우리랑 너 사이에서 준영이가 누굴 택할까?”
유가영이 입을 쭈욱 내밀었다.
“왜 오빠를 난감하게 하려고 그러세요 할머니? 두 분이 저 받아들이지 않으셔도 상관없어요, 오빠 마음속에 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너......”
그들의 대화는 어영부영 끝이 났다.
유가영은 자못 껄렁하고 뻔뻔하다, 어떠한 회유에도 여길 떠날 생각이 없는 걸 보니.
말로 해서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더욱이 예상 밖인 건 따로 있었다.
할머니가 막 온실을 나오기 바쁘게 유가영이 직전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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