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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5장

강준영은 체면조차 주지 않고 술잔을 밀어낸 채 곧장 아래로 내려가며 말했다. “일 얘기는 비서 통해 연락하시죠, 성 비서가 저한테 기획안 전할 겁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래로 내려온 강준영은 그 누구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은 채 앞으로 직진했다. 대체 한껏 꾸민 약혼녀와 딴 남자가 무슨 얘기를 그리도 흥미진진하게 하는지. “언제 왔어요?” 익숙한 목소리에 서수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고개를 돌렸을 때 눈에 들어온 건 언제나 그랬듯 무뚝뚝한 강준영의 얼굴이었다. 낯빛만 보니 벌써 기분이 별로인 게 직감이 됐다. 그리고는 곁에 있던 배지성을 보며 속으로 망했다를 웨친다...... 강준영이 전에 분명 경고했는데, 계약 기간 내엔 사람들 보는 앞에서 딴 남자랑 엮이지 말라고. 분명 그것 때문에 못마땅한 거겠지. 한숨을 푹 쉰 서수연이 벌떡 일어나 입을 열었다. “그게......” “얼마 안 됐어.” 이때, 배지성이 먼저 일어나 답했다. “사촌 형도 왔을 줄이야.” 잠깐, 사촌 형? 서수연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배지성이 강준영의 사촌 동생? 세상 참 좁다 좁아. 그저 강준영이 더는 아무 말도 시키지 않았으면 할 뿐이다, 배지성 앞에서 둘이 ‘부부’ 사이라는 건 밝히기 싫은데...... “들어온지 얼마 안 돼서 바빴더니 어르신들도 못 뵀네. 두 분 건강하시지?” 강준영은 내내 서수연에게만 시선을 고정한 채 배지성의 말엔 대충 고개만 까딱였다. “서수연 씨는? 언제 왔지?” 강준영은 끝까지 실눈을 뜨고 서수연에게 물었다. 그 한마디는 결국 서수연의 희망을 와장창 깨부쉈다...... 배지성이 의아해하며 서수연을 바라봤다. “수연아, 너 우리 사촌 형 알아?” “어......알아.” 서수연이 떨떠름하고 멋쩍게 웃어보였다. 강준영은 내내 배지성 곁에 서있는 서수연이, 자길 보고서도 옆에 오질 않는 서수연이 못마땅해진 모양이다. 분명 그의 약혼녀인데 왜 딴 남자랑 나란히 서있는 건지. “이리 와요.” 서수연이 배지성에게 둘러대기도 전에 강준영이 또 입을 열었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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