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10장
다 싸봤자 겨우 캐리어 하나.
아래로 내려가려는 서수연을 이은숙이 덥석 잡았다.
“서수연, 너 미쳤어? 낯짝도 두껍다 너? 네 얼굴로 남자 만나서 결혼하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가서 내연녀 짓이나 해?”
“엄마, 엄마 눈엔 내가 그렇게 아무렇게나 사는 내연녀로밖엔 안 보이지?”
무감한 얼굴과 그렇지 못한 눈빛에 이은숙은 흠칫 놀랐다.
이렇게 말대꾸한 적이 없던 딸인데, 대체 얼마나 돈 많은 놈을 만났길래 그새 이리 반항아가 된 건지.
이은숙이 딴 궁리를 하는 틈을 타 서수연은 손을 뿌리치고 곧장 아래로 내려왔다.
막 거실로 내려오니 이번엔 또 서준석 서유라 부녀와 마주쳤다.
서유라가 발치에 놓인 캐리어를 보며 조롱하듯 비웃었다.
“아빠, 내가 뭐랬어! 서수연 쟤 내연녀랬지! 이봐 이봐, 짐까지 싸고 아예 거기 가서 살겠다는 거잖아!”
서유라의 말에 가뜩이나 분을 삭히던 서준석이 아니꼬운 눈빛을 보내왔다.
“서수연, 꼭 이렇게 집안 망신을 시켜야 속이 후련해?”
서준석은 어두운 얼굴로 선 넘는 발언마저 마다하지 않았다.
“그때 네 엄마 뱃속에 있는 게 딸인 줄 알았으면 낳지도 못하게 하는 건데!”
그건 서수연이 귀가 닳도록 들어온 말이다.
당시 이은숙의 배에 있던 게 아들이라 여기지 않았으면 서수연은 지금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래, 여태껏 이렇게 참고 견뎌왔다.
허나 부모님이 서유라가 어젯밤 벌인 짓마저 감싸주는 건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이젠 나가 살 거니까 짐정리하러 온 거야. 이 참에 말할 것도 있고.”
마치 진실을 말하려는 듯한 서수연의 모습에 서유라는 약간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내 그녀는 딸 좀 말리라며 이은숙에게 눈짓을 해보였다.
이은숙 역시 그 뜻을 곧바로 알아챘다.
서수연이 외박한 일로 인해 서준석이 벌써 하루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는데 더 이상 저 몹쓸 딸 때문에 남편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진 않았다.
“나가 살 거라면서 무슨 말을 또 해? 우릴 가족으로 생각했으면 애초에 내연녀 짓은 하지도 않았겠지!”
이은숙은 행여 서수연이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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