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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0장

“사모님,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도련님이 없으셨다면 제 오늘날도 없는 걸요!” 고연화는 정 비서의 능력과 됨됨이에 흐뭇해하며 다시 물었다. “그 이는요? 왜 안 와요?” “아, 도련님은 오는 길이십니다. 곧 오실 거예요.” 고연화가 입을 삐죽 내밀고 툴툴댔다. “맨날 이래! 어젠 먹을 거 사다준다고 나가더니 뭘 어디 가서 만들어 오나!” 정지호가 피식 웃어 보였다. “사모님, 오해세요! 도련님도 사모님 걱정하실까 말씀을 안했던 겁니다. 어제 저희 쪽 사람들이 이번 일의 주범인 강현월을 잡아냈습니다. 도련님은 혹여 진실을 밝히지 못할까 직접 서로 가 대질 심문을 하셨던 거고요. 그리고 가셨던 김에 소피아도 두 번 다시 날뛰지 못하게 으름장을 놓고 오셨습니다.” 강현월이 잡혔구나! 잘 됐다! 다신 도준이 괴롭히지도 못할 거니까! 이젠 유치원에 도준이에 관한 헛소문이 퍼진 것도 다 강현월 소행임이 확실해진다. 어쩜 하다하다 제 손으로 입양해온 아이를 해치려 드는지. 고연화가 도준이를 안고 걸어가며 혀를 끌끌 찼다. “댁네 도련님은 말이에요, 쓸데없이 반반하게 생겨가지고 여자들 꼬이게 만드는 바람에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잖아요! 정 비서는 그런 거 배우면 안 돼요!” 정 비서는 여전히 가감없이 돌직구를 날리는 고연화의 말에 간신히 웃음을 참아낸다. 방으로 돌아오니 얼마 뒤, 간호사는 검사를 진행하고 상처 부위를 소독해준 뒤 피를 뽑아가며 결과를 기다리라고 했다. 얼마 뒤, 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 고연화는 고개를 홱 돌렸다. 그건 간호사가 아닌 허태윤이었다. 고연화는 금세 힘이 빠져선 입을 삐죽대며 자리에 앉았다. “왜? 애송이, 나 봐서 실망한 거야?” “난 또 간호사가 도준이 검사 결과 가지고 온 줄 알았지!” “아빠!” 도준이가 폴짝폴짝 뛰며 다가가 짧은 두 팔을 활짝 벌렸다. 허태윤이 한달음에 다가가 아들을 번쩍 안아들었다. “응, 아빠 없을 때 엄마 말 잘 들었어?” “도준이는 말 잘 들었는데 아빠가 계속 안 오니까 엄마가 아빠 생각했어......” 아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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