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8장

“안 그래도 휴가 낸 일을 말하려고 했어요. 양 과장님이 충분히 이해한다며 집안일 잘 처리하라고 했어요. 한마디도 안 물어본 게 오히려 더 이상했어요.” 유정인이 의아한 얼굴로 말하자 신이서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무것도 안 물어봤다고요?” “정말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요.” 유정인이 다시 대답하자 신이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송서림을 쳐다봤다. 양라희가 변했나? 양라희는 조금만 잘못돼도 꼬치꼬치 캐묻는 성격이다. 그런데 오늘은 묻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관심까지 보였다. 유정인이 말했다. “일단 내버려 둬요. 집안일이니까 외부인이 끼어들면 안 좋아요. 일단 먼저 가서 그것부터 해결하세요. 나는 이만 회사에 가볼게요.” “네.” 신이서도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의 현재 생활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이다. 유정인과 작별인사한 후 신이서는 최정희의 신분증을 들고 곧바로 부동산 등기부 등본 분실신고를 했다. 재발급받는 데 일주일이 소요되기에 이번 주 안에 그들은 모든 일을 해결해야 했다. 송서림에게 미안한 마음에 신이서는 차를 몰던 송서림을 올려다보았다. “우리 집안 너무 귀찮죠? 서림 씨 친척들은 다 고상한데 우리 둘째 삼촌은 소란만 피우면서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아요. 특히 외삼촌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고요.” 송서림은 그녀를 흘끗 쳐다보았다. “외삼촌 일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도 돼. 너의 둘째 삼촌은 말들이 모두 억지라서 조금만 머리를 쓰면 바로 구별할 수 있어.” 신이서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어쩐지 사람들이 시댁이 중요하다고 그렇게 말하더라니. 신이서는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지금 당장 병원에 가서 고 선생에게 물어봐야겠어요.” “그래. 이제야 내가 아는 신이서 같네.” 송서림은 계속 운전했다. ... 점심시간. 양라희는 사무실을 나가지 않았지만 돌아온 유정인의 눈치를 보니 신이서 집안에 골칫거리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하긴, 그 집안은 바람 잘 날이 없는 집이다. 양라희는 손정숙이 무슨 소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