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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장

신이서는 그제야 자신이 얘기를 하며 소파 중간에 앉아있던 송서림을 소파 끝까지 몰고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순간, 얼굴을 붉힌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죄송해요, 시간도 다 되었으니 저녁 차려줄게요." "내가 도와줄게." 송서림이 신이서를 따라 일어서며 말했다. "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신이서가 멈칫했다. 송서림은 이미 슈트를 벗고 셔츠의 소매를 올리고 있었다. "무슨 문제 있어? 어차피 나도 할 일 없으니까 둘이 하면 빠르잖아." 신이서는 그의 하얗고 긴 손가락을 바라봤다. 보기만 해도 집안일이라곤 해본 적 없던 사람이 밥하는 걸 도와주겠다고 하다니. 이는 고운성이 무릎 꿇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의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신이서는 거절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함께 살게 된 이상, 잘살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울 줄 아는 남자가 입만 나불거릴 줄 아는 남자보다 퍽 나았다. "네, 그전에 일단 기다려요." 신이서가 웃으며 말했다. "뭘 기다리라는 거야?" 송서림이 의아한 얼굴로 주방 앞에 서서 신이서가 까치발을 들고 위쪽 찬장을 뒤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인테리어 당시, 송서림은 주방에 관심이 없었기에 위쪽 찬장의 높이가 굉장히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할게." "감사합니다." 신이서가 말을 하며 송서림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려던 찰나, 송서림이 그녀 뒤에 다가와 섰다. 그 서늘하고 청량한 기운이 순식간에 그녀를 감쌌다. 신이서는 귓가가 뜨거워져 싱크대에 더욱 바짝 붙었다, 혹시나 송서림과 불필요한 접촉을 해 그의 오해를 살까 봐서였다. "뭐 찾아?" 그때 송서림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 위에서 들렸다. 신이서가 고개를 들자 그녀의 머리카락이 송서림의 턱을 간질였고 그 이상한 느낌이 송서림이 멈칫했다. 코에는 그녀의 샴푸 냄새로 가득했다, 그저 평범한 샴푸 냄새일 뿐인데 그는 다른 향까지 맡을 수 있었다. 그때, 신이서가 하얀색 비닐봉지 하나를 가리켰다. "그 봉지 안에 새 앞치마 있어요, 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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