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6장
송서림은 아무 말도 없이 자판기 앞으로 걸어갔다.
자판기에서 나오는 빛이 그의 얼굴에 드리워지자 원래부터 차가웠던 인상이 더욱더 차가워 보였다.
송서림은 그렇게 가만히 생각하더니 뭔가 깨달은 듯 물 네 병과 과자 한 봉지를 사고 몸을 돌렸다.
“그럼 네가 나와 계약을 하려고 했던 것도 이런 문제가 생길까 봐 일종의 보호 조치를 취한 거였어?”
“뭐 그렇죠. 계약서를 쓰면 서림 씨한테도 나한테도 다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큰 문제 없이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신이서는 솔직하게 얘기했다.
송서림이 이 얘기를 듣고 혹시 기분 나빠하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했지만 그는 화를 내지 않는 건 물론이고 도리어 매우 진지한 얼굴로 사과의 말을 건네왔다.
“미안해.”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서림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물론 살짝 인간미가 없기는 하지만요. 서림 씨는 일상생활도 일 처리 하듯 처리해버리잖아요. 뭐든 서림 씨가 만족할 만한 결과까지 이성적으로 끌고 가고요. 음... 하지만 실생활은 일이 아니에요. 노력만 한다고 결과가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모든 걸 이성적으로만 처리할 수는 없어요.”
신이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송서림은 시선을 내린 채 그저 그녀의 말을 가만히 듣기만 했다.
“지금 정인 씨에게 필요한 건 설교가 아니라 위로예요. 일단은 영주가 다 나으면 그때 다시 얘기하는 거로 해요. 정인 씨도 우리를 찾은 걸 보면 아마 쓴소리 듣게 될 걸 이미 예상했을 거예요.”
송서림은 일을 할 때는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능률과 판단력을 지닌 사람이지만 실생활에서는 확실히 인간미가 결여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송서림 본인도 점점 깨닫고 있다.
그래서 그는 신이서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채워주고 알려주는 것이 꽤 기분이 좋았고 그런 그녀가 자신의 아내라는 사실이 상당히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응, 그렇게 할게.”
신이서는 그 말에 잠깐 멈칫하더니 그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혹시 기분 상한 건 아니죠? 체면이 깎였다고 생각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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