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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장

도혜지가 한숨을 쉬자 신이서가 위로했다. “그래도 회사 월급도 높고 보너스 제도도 좋으니까 돈만 잘 벌면 되잖아요. 화 내지 마요.” 그 말에 도혜지는 곧바로 웃었다. “이번 달 월급 받으면 제일 먼저 지하방에서 이사할 거예요!” 그러자 유정인도 따라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이서가 물었다. “정인 씨, 오늘 왜 이렇게 늦었어요?” 유정인은 힘없이 말했다. “딸이 계속 울어서 한참을 달래다 지하철을 타고 왔는데 늦었어요.” 그 말을 들은 신이서는 호기심에 물었다. “정인 씨, 남편이 안 태워줬어요?” 그러자 유정인은 표정이 변하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한참 뒤에 말했다. “사실 제가 출근하는 걸 남편이 반대해요.” 도혜지는 깜짝 놀라 뭘 물어보려던 찰나 신이서가 막았다. 신이서는 유정인 대신 말했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그러는 거겠죠.” 유정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 신이서는 화제를 바꿨다. “이제 일해요.” 그제야 모두 흩어졌다. 양라희가 없자 모두 훨씬 차분해졌고 특히 유정인은 더욱 편한 마음으로 일했다. 조용한 성격의 유정인은 보기와는 달리 일을 빨리빨리 처리했고 말투가 간단명료했다. 오전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자 유정인은 두 명의 고객과 예약을 잡았다. 반면에 반대편에 있는 경험직 이광희는 한 명의 고객만 예약한 상태였다. 이광희는 유정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역시 명문대 출신답게 일을 빨리 처리하시네요.” 그러자 유정인은 약간 쑥스러워했다. “일을 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 좀 녹슬었어요.” “녹슬었다고요?” 도혜지는 손으로 턱을 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언니는 일을 오래 안 했는데도 이렇게 잘하는데 결혼 안 하고 애도 안 낳았으면 과장 정도는 됐겠죠?” 그 말에 유정인은 얼굴의 미소가 굳어지면서 입꼬리가 억지스럽게 당겨졌다. 그제야 신이서는 유정인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게 자식을 사랑하면서도 집안 사정에 대해선 절대 말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모든 가정에는 저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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