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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4장

천천히 송씨 가문이 망하는 꼴을 지켜보다 처음 무소유인 상태로 돌아가기를 바랬다. 그때 가서도 이 집안 식구들이 다른 사람한테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으면 했다. 생각에 빠져있던 신이서는 김현영을 향해 피식 웃었다. “사모님. 제 말을 잘 못 들으셨어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저희 어머님이랑 회장님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아니. 내 말은 불필요한 오해가 다시 생기기 전에 너희 시어머니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이야.” “네? 저의 어머님이 서울을 떠났으면 하는 거예요?” ‘정말 웃겨. 무슨 자격으로 떠나라 말아라 하는 거야.’ 신이서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김현영을 쳐다보았다. 김현영 역시 자기 말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알고 있었지만 신이서한테 이미 전수미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기 싫어서 일부러 모른 척했다. “이곳을 떠나겠다고 하면 돈을 얼마든지 줄 수 있어. 난 우리 가족이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싫어. 너의 시어머니도 싫겠지?” 신이서가 잠깐 생각하더니 피식 웃었다. “사모님. 전 사모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게 가족을 끔찍이 여기셨다면 왜 바람을 피운 거예요? 지금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가 바로 사모님이 회장님 몰래 바람피웠다는 거 아닐까요?” “너!” 김현영은 화가 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지금 무슨 뜻이야? 어른한테 무슨 말버릇이냐고. 정말 송서림만 있으면 아무 걱정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남자는 돈 잘 벌면 변하기 일쑤야. 너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지금 회장님이 변하셨다고 말씀하시고 싶은 거예요?” 신이서가 아무렇지않게 한 말에 김현영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이와 반면, 신이서는 태연하기만 했다. 이대로 계속 김현영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 하지만 한가지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왜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은데 또 나를 무서워하는 것 같지?’ 이런 이상한 느낌에 신이서는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그래서 무슨 말실수라도 할까 봐 김현영을 쳐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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