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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방문은 열렸지만 신이서는 나오지 않고 한 손을 내민 채 협의서를 그에게 건네줬다. "외투는 제 머리 때문에 젖어버려서 내일 씻어서 돌려드릴게요." "그리고 소파에 던져줬던 옷 세탁기가 다 빨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서림 씨가 너세요. 그리고 말하기 껄끄러운 비밀이 있다면 제가 병원 활동 때 많은 의사들을 알게 되었으니까 소개시켜줄게요." 그 말을 들은 송서림이 멈칫했다. 말하기 껄끄러운 비밀? 자신이 그런 사람 같다는 건가? 송서림이 물어보려고 했지만 신이서는 이미 방문을 닫아버렸다. '저 여자한테 말하기 껄끄러운 비밀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야 하는 건가?' 송서림은 그런 생각을 하며 베란다의 세탁기로 향했다. 세탁기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전부 서달수가 집을 어지럽게 하기 위해 사 온 옷이었다. 송서림이 귀찮다는 듯 그 옷들을 꺼내 버리려던 찰나, 속옷 하나가 딸려 나왔다. 송서림은 그제야 신이서가 말했던 말하기 껄끄러운 비밀이 무엇을 가리키는 건지 깨달았다. '서달수, 이놈이 그만두고 싶은 건가.' 송서림은 화가 나 들고 있던 옷을 전부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가려고 거실을 지나던 찰나, 신이서가 작은 방 화장실 샤워기가 고장 났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는 듣는 순간부터 그녀가 핑계를 대고 있다고 생각했다. 송서림은 그렇게 작은 방 화장실로 들어섰고 샤워기를 열어봤지만 물이 나오지 않았다. 검사해 보니 파이프에 문제가 난 것 같았다, 이런 문제는 절대 인위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신이서는 그를 속인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하는 말 중, 도대체 어느 말이 진짜고 어느 말이 가짜인 건지. 아침 여섯 시, 알람이 울리자마자 신이서는 조건반사적으로 일어났다. 침대에서 내려온 그녀는 스트레칭을 하더니 간단하게 씻고 조심스럽게 주방으로 갔다. 지금, 신이서는 그저 자신의 존재감을 최대한 낮추고 송서림과 만나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룸메이트로서 만남이 적으면 트러블도 적은 법이었다. 신이서는 도시락을 싸는 습관이 있었기에 익숙하게 냉장고를 열었다. 하지만 계란 몇 개와 토스트뿐인 냉장고 내부를 보곤 얼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송서림은 역시 평범한 인간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런 것만 먹고도 살 수 있었으니 말이다. 결국 오늘은 도시락 싸가는 건 글러 먹었다고 생각한 신이서는 간단하게 계란 샌드위치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금방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송서림의 잘생긴 얼굴이 갑자기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곧 신이서는 송서림 몫의 아침도 만들었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다 쉽지 않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게다가 전수미의 돈까지 받았으니 송서림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는 것도 안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샌드위치 하나 만드는 건 크게 귀찮은 일도 아니었다. 신이서가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는 이미 7시 반이었다. 그녀는 얼른 가방을 챙겨 지하철역으로 갔다. 반 시간 뒤, 송서림은 단정하게 차려입고 방에서 나왔다. 하지만 공기 속에 남아있던 음식 냄새에 그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그제야 이 집에 사람이 하나 더 많아졌다는 게 생각났다. 하지만 사라진 여자의 신발을 보며 그녀가 이미 집을 나섰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이런 주제를 아는 여자가 좋았다. 곧 송서림도 신발을 챙겨 신고 뒤 한번 돌아보지 않은 채 집을 나섰다. 신이서가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회사에는 아직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무 진전도 없는 유일 테크 기획안을 생각하며 신이서는 얼른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곤 생각을 정리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머릿속에는 자료의 그 글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젯밤, 그녀는 유일 테크에서 퇴짜를 준 회사가 어딘지 일부러 알아봤다. 하지만 모두 서울에서 긴다난다하는 광고 회사였다. 죄다 기획 경험이 10년은 넘는 베테랑이었기에 경험해 보지 않은 활동이 없었지만 유일 테크 대표는 모두 거절했다. 유일 테크 대표님은 도대체 어떤 오픈 파티를 원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서류를 뒤적이던 신이서는 마침 이번에 협력할 상대가 유일 테크 이태현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얼른 인터넷으로 가 이태현을 검색했다. 송서림은 알려주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지 말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신이서가 시간을 확인해 보니 마침 8시 반, 출근 시간이었다. 그녀는 곧 이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는 이가 없었다. 그때, 동료들이 수다를 떨며 사무실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제일 신나 보이는 사람은 단연히 김유진이었다. 그녀는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신이서를 발견하곤 엉덩이를 흔들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신이서 씨, 일찍 출근했네. 이렇게 열심히 할 필요 있어? 이서 씨가 그러면 우리가 얼마나 미안해." "유진 씨랑 신이서 씨를 어떻게 비기겠어, 유진 씨 이 부장님 어떻게 그렇게 빨리 손에 넣은 거야? 이번 업무 책임자라며. 밥 한 끼에 이 부장님을 해결했으니 유일 테크 계약은 더 말할 것도 없겠네." "무슨 말씀이세요, 저랑 이 부장님 다 유학파라서 말이 잘 통했던 거예요. 어제 저희 두 사람 12시 넘게까지 얘기했다니까요, 그런데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역시 그런 대단한 분이랑 얘기를 나누는 건 너무 유익한 것 같아요." 김유진이 말을 하며 신이서의 책상을 짚더니 요사스럽게 웃었고 그녀의 가슴골이 여실히 드러났다. 신이서도 그런 김유진을 보며 웃더니 책상을 닦는 척 김유진의 말랑한 몸을 밀어냈다. "이 부장님 결혼했다고 들었는데 두 사람이 그렇게 늦게까지 얘기했는데도 와이프분이 걱정 안 하셨나 봐." 그러니까 그녀는 김유진에게 선을 넘었다고 얘기해주고 있었다. 옆에서 그 말을 들은 동료들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김유진이 자랑을 늘어놓는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기에 어떤 이는 그런 그녀를 올려 쳐줬고 어떤 이들은 그저 구경거리로 삼았다. "이서 씨,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거 나 다 알아. 하지만 세상은 이런 거야, 인맥이 곧 자원이라고. 그러니까 여기에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어머님 곁이나 지키는 건 어때?" 김유진이 표독스럽게 신이서를 쏘아보더니 말했다. "시간 낭비가 맞는지 아닌지는 마지막에 가봐야 알죠." 신이서가 컵을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잠깐만 지나갈게." 그리곤 김유진을 밀어내며 탕비실로 가 커피를 받더니 창밖을 바라봤다. 급하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김유진은 친삼촌이 그녀를 도와주고 있었기에 무얼 하나 신이서보다 빨랐지만 신이서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이 계약을 따내려면 반드시 노력해야 했다. 신이서는 그런 생각을 하며 커피를 들이키며 정신을 차리려 했다. 그리곤 직접 이태현을 만나러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이서는 결국 김유진보다 한발 늦었다. 그녀는 점심에도 유일 테크 이태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받는 이가 없었다, 마치 상대방이 일부러 그녀를 피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김유진은 누군가의 전화를 받더니 웃으며 일부러 신이서를 힐끔 보곤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이 부장님? 네, 사실 제가 일식은 별로 안 좋아해서요. 일식은 주식이 너무 많잖아요, 제가 요즘 다이어트 중이거든요." "프랑스 요리요? 좋죠, 그럼 이따 뵐게요." 김유진은 전화를 끊자마자 가방에서 화장품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다. 사무실의 동료들은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유진 씨, 유일 테크 이태현이 밥 사주겠다고 한 거야?" "네, 새로 건 프랑스 식당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김유진이 립스틱을 바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세상에, 유진 씨 너무 대단한 거 아니야? 고객사에서 이렇게 밥 사주겠다고 한 건 처음 듣는데. 유진 씨를 위해서 식당까지 바꿨잖아." "사실 저는 다 안 먹고 싶어요, 하지만 계약을 위해서 어쩔 수 없죠. 오늘 다이어트는 물 건너갔네요." 김유진이 말을 마치자마자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동료들은 그녀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질투하기도 했다. 가방을 든 김유진은 사무실을 나서지 않고 신이서에게 다가갔다. "이서 씨, 아침부터 누구한테 전화하는 것 같던데 누구한테 전화한 거야?" 그리곤 득의양양하게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다행이고. 나는 이서 씨가 이 부장님 찾으려고 하는 줄 알았지. 이 부장님께서 질척대면서 매달리는 사람 싫어하니까 그런 짓 하지 마. 이 부장님께서 우리 회사 사람들은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들이대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나도 조금 쪽팔릴 것 같거든." 김유진이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나는 주동적으로 유부남한테 안 매달려." 신이서의 반격에 김유진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곤 말없이 사무실을 떠났다. 김유진이 떠나자 서지안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언니, 아직 이 부장님이랑 연락 안 닿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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