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류민희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을 삼켜버렸다.
“서윤아, 내가 한 말 잘 생각해 봐. 먼저 갈게.”
류민희는 하이힐을 신은 채로 돌아서서 떠나갔다.
문석진은 테이블 위에 놓인 케이크에 관심을 돌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사 왔네. 서윤아, 이 가게 진짜 인기 많아. 꼭 먹어봐.”
문석진은 혼자 신나서 떠드느라 강서윤의 복잡한 눈빛은 조금도 알아채지 못했다.
허남준은 장수연에게 케이크를 준 뒤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꾸만 류민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미 이혼했으니 본질적으로 남남이 된 게 맞는데도 자꾸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남준 오빠,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채청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남준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채청아는 오늘 간편한 운동복을 입고 있어서 청춘의 기운이 넘쳤다. 기억 속에 그를 졸졸 따라다니던 바로 그 여동생이었다.
“나 휴가야. 참, 너 주려고 케이크 좀 사 왔어.”
허남준이 케이크 상자를 꺼내자, 채청아는 조금 놀란 표정을 보였다.
“어릴 땐 이런 거 제일 싫어하지 않았어요? 마침 이 가게 한번 가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마워요, 남준 오빠.”
채청아가 밝게 웃자, 허남준은 따뜻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은 텅 빈 듯했고, 아까 들은 채청아의 말이 자꾸 생각났다.
오랜만에 만난 채청아조차 그의 취향을 기억하고 있는데, 강서윤은 과연 기억할까?
강서윤을 오랫동안 돌봐주며 그녀의 취향 하나하나를 세심히 기억하고 챙겼다. 하지만 문석진이 나타나면서 모든 게 무너져버렸다.
허남준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회사 동료한테 줄 걸 좀 넉넉히 샀어. 난 먼저 들어갈게.”
허남준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채청아의 표정에는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금세 흔적 없이 사라졌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전연화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날아왔다.
“나 방금 다 봤어. 너 집 앞에서 청아랑 마주쳤지? 둘이 무슨 얘기 했어?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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