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청지기는 땅에 침을 뱉었다.
“거울이라도 좀 보고 다니시오. 할멈이 뭐라고 태자 전하께서 죗값을 물으시겠소? 두 분께서는 이미 가셨고, 셋째 아가씨도 쉬고 있으니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지 마시오. 주인 분들을 놀라게 하면 더 좋은 꼴이 날 것이오!”
말을 마친 청지기는 돌아서서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그는 셋째 아가씨가 분부한 물건들을 서둘러 준비해야 했다.
멋모르고 나대는 이씨 할멈을 상대할 시간이 없다.
이씨 할멈은 멍한 눈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눈을 부릅뜨고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태자는 분명 화를 내며 따지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가 있는지.
사실 태자는 이 일을 잊은 것이 아니라 말할 필요가 없었다.
원래 신경혜한테 의심을 품고 있던 터라, 신씨 가문 아가씨가 시녀를 좀 혼냈다고 태자가 나서서 따져 묻는 건 너무 과한 행동이었다.
‘신경혜’에 대한 의문들이 풀리기 전까지 태자는 사소한 일 때문에 시비를 거는 그런 섣부른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태자는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씨 할멈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이건 엄청난 일이었다.
저택의 일상을 주관하는 할멈으로서 시골에서 돌아온 천한 년한테 맞았으니, 소문이 퍼지면 분명 다들 그녀를 비웃을 것이다!
‘이제 무슨 낯짝으로 사람들 앞에 나선단 말인가?’
이씨 할멈은 생각할수록 더 분했다.
그녀는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청지기를 쫓아가지 않고 오히려 뒤채 쪽으로 달렸다.
태자 전하께서 자신을 위해 나서주지 않으니, 다른 사람을 찾으면 그만이다. 오늘 빚은 꼭 두 배로 받아내야 한다.
남원군 저택 뒤채의 가장 호화롭고 정교한 곳은 정실부인의 거처가 아닌, 소실 홍씨의 주옥각이었다.
이곳은 남원군이 직접 수리해 준 뜰로, 이름조차 정성껏 생각한 것이다. 이 뜰의 주인인 소실 홍씨가 주옥처럼 아름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주옥각은 평소처럼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참담하고 흐느끼는 울음소리만 끊임없이 들렸다.
소실 홍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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