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6장

또다시 익숙한 이유로 거절당한 심유정은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엔 거절하다 지친 온서빈이 두 손을 들었다. 평일이라 도로에는 차가 많지 않았고 두 사람은 막힘없이 차를 몰고 끝까지 달려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표를 끊고 놀이공원에 들어서자마자 한 무리 낯익은 사람들이 다가왔다. 송성진, 심유정의 친구들이었다. 맨 앞에서 걷고 있던 사람은 송은영이었는데 심유정을 보자마자 잔뜩 들떠서는 다가와 인사를 건네며 그녀를 끌어당겼다. “이렇게 만났는데 같이 놀자. 사람이 많으면 좋잖아.” 온서빈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멀찍이 떨어진 채 송은영의 말을 듣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대신 심유정이 무의식적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일행은 그제야 온서빈의 존재를 발견한 듯 성의 없는 사과를 하면서도 심유정을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싫으면 그냥 네가 가라는 표정이었다. 온서빈은 그들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도 화내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난 상관없어.” 어차피 그가 원해서 놀이공원에 온 것도 아니었으니까. 일행은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재밌는 게 보이면 가서 탔다. 순한 맛 놀이기구도 자극적인 것도 타면서 심유정은 자연스레 송성진의 곁에 있었고 송성진을 챙겨주는 역할을 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그 둘이 연인인 줄 알겠다. 하지만 진짜 남자 친구인 온서빈은 맨 뒤에서 걸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심유정에게 단 한 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물놀이 미끄럼틀 앞에 다다랐을 때 송성진은 갑자기 흥분하며 이렇게 말했다. “유정아, 우리 저거 타자!” 송성진의 제안에 송은영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거절할 수 없어 모두 온서빈과 심유정에게 시선을 돌렸다. 온서빈은 처음부터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자극적인 것도 무서워하지 않았고 순한 맛도 싫은 게 아니었기에 다 받아들일 수 있었고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없었다. 심유정은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끼리 놀아. 난 이런 거 싫어서 안 탈래.” 거절의 말이 나오자마자 송성진은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뾰로통한 표정으로 흔들었다. “유정아, 같이 타자. 나 네가 없으면 무서워.” 불쌍한 그의 표정을 보며 심유정은 차마 더 거절하지 못하고 응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을 마치고 이내 무의식적으로 온서빈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덤덤한 얼굴로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침착한 온서빈의 모습에 오히려 심유정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온서빈은 이미 우비를 파는 점원에게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빈손으로 돌아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점원에게 물어봤는데 우비가 다 팔렸대.” 그 말을 듣고 심유정이 또다시 망설이는 모습을 본 송성진은 서둘러 말했다. “우비가 없어도 괜찮아. 젖으면 수건으로 닦으면 되지. 유정아, 나 저거 타고 싶어.” 결국 심유정은 그의 제안에 응했다. 일행은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 보트에 탑승했고 구명조끼를 입은 뒤 보트가 천천히 가장 높은 지점까지 올라갔다가 중력의 힘으로 빠르게 아래로 떨어지면서 거대한 충격에 큰 물살을 일으키며 보트에 타고 있던 여러 사람을 향해 물이 쏟아졌다. 물이 튀는 순간 심유정은 무의식적으로 재킷을 열어 옆에 있는 송성진을 꼭 껴안았고 한 바퀴를 돌고 작은 보트에서 내려올 때 송성진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흠뻑 젖어 있었다. 흠뻑 젖은 온서빈을 보고 나서야 심유정은 자신이 송성진을 보호하는 데만 신경을 쓰느라 그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온서빈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대신해 먼저 이유까지 찾아줬다. “괜찮아, 가까이 있었으니까 챙기는 게 당연하지.” 온서빈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옆에 있는 작은 가게로 가서 수건을 산 뒤 흠뻑 젖은 옷과 머리를 닦았다. 그다음 역시 송성진이 제안한 방 탈출이었다. 곧 일행은 담당자의 인솔에 따라 방 탈출 방으로 들어가 공포 요소가 가미된 방을 선택했고 겁이 많으면서도 기어코 놀겠다고 고집한 송성진은 들어가자마자 심유정 곁에 바짝 붙었다. 온서빈은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따금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송성진이 심유정 뒤로 끌려가는 걸 조용히 바라보았다. “겁내지 마, 다 가짜야.” 방 탈출 문제는 어렵지 않았지만 일행은 각자의 속셈이 있었기에 마지막 단계를 돌파하는 데 거의 두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단계는 해독할 필요는 없었지만 연기를 해야 통과할 수 있었는데 힌트에 따르면 신랑과 신부 역할을 할 남자와 여자가 필요하며 모든 과정을 거친 후 NPC가 회상하는 영상을 보면 레벨을 통과할 수 있었다. 논리적으로는 온서빈과 심유정이 유일한 커플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역할을 맡는 것이 당연했지만 송은영이 이렇게 말했다. “서빈이가 귀신 무서워한다던데 성진이랑 유정이한테 역할 맡기는 게 어때?”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