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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장

그날 밤, 신지수는 원래 그냥 지나치려고 했었다. 하지만 애걸복걸하는 노해서의 모습에 분명 지나쳤지만 다음 순간 이를 빠득 갈며 다시 돌아가 위험한 걸 알면서도 노해서를 구하러 갔다. 노해서는 눈물을 닦아보았지만 그럼에도 눈물은 계속 흘러나왔다. “고모, 전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그때 고모를 혼자두고 도망친 거고, 다른 하나는 노씨 가문으로 온 거예요.” 신지수는 묵묵히 그녀가 하는 말을 듣다가 복잡한 시선으로 그녀를 불렀다. “노해서.” “네, 고모.” 신지수는 원래 어차피 또 배신할 거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삼켜버렸다. “그때 내가 왜 다시 돌아가서 널 구한 줄 알아?” 노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그러다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을 보탰다. “아마도 제가 불쌍해보여서요?” “아니야.” 신지수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때 네 눈빛이 나랑 닮았었거든.” 지난 생의 그녀의 눈빛과 아주 닮았다. 지난 생에서 그녀는 감방에 들어간 후 절망에 빠져 정신줄을 놓게 되옸다. 분명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는데 강압적인 권력에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고 이런저런 누명을 쓴 것도 모자라 모든 이에게 버림받았다. 사람을 해칠 생각도, 다치게 한 적도 없었지만 손 하나는 평생 쓰지 못하게 되었고 눈과 다리를 하나씩 잃었다. 결국 마지막엔 목숨마저 잃었다. 그리고 그날 밤, 신지수는 노해서의 절망적인 눈빛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랬기에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도 손을 내민 것이다. 그때 그녀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노해서를 구해주는 것으로 과거의 자신을 구해주자고. 그녀의 말에 노해서는 멈칫하더니 이내 앞에 있던 오렌지 주스를 들었다. “고모, 다시 한번 사과할게요. 그때는 정말 죄송했어요. 그렇게 혼자 도망쳐서는 안 되었는데... 그러니 이 주스를 술이라고 생각하고 마시면서 고모한테 사죄하면서 살게요.” 노해서는 다소 어딘가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신지수도 앞에 있던 주스를 들었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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