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장
신지수의 말에 침대에 누워있던 남자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이제 더는 치료할 환자가 없었기에 사람들은 빠르게 방에서 나갔다.
길에서 신지수는 노현호에게 말했다.
“이번 진료비, 제가 절반 받아도 괜찮을까요?”
노현호는 허허 웃으며 답했다.
“그래, 되고말고.”
“나도 원칙이 있는 사람이란다. 절반 일했으니 진료비 절반을 챙겨주마!”
신지수는 눈썹을 튕겼다. 그녀는 육서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투명 인간 취급하며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호텔에서 나온 후에야 노현호는 그를 발견했다.
“잠깐, 육서진 그놈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저도 몰라요.”
“지수야, 네가 그놈이랑 약혼하게 되었다면서? 그놈은 안 된다. 네가 그놈이랑 결혼하게 되면 꼭 고생하게 될 거야!”
신지수는 웃으며 그를 달랬다.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절대 결혼 안 할 거니까요.”
비록 그녀가 거절했는데도 육상철이 납치를 해서라도 자신의 며느리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육서진이 도망치는 경우도 있지 않겠는가.
어쨌든 약혼식까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동안 변수가 생길 수도 있었다.
어차피 그녀에게도 방법이 있었다. 대충 아무나 붙잡고 혼인 신고를 해도 육서진과 함께 사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다.
지난 생에 그녀는 이미 수많은 고생을 했었다.
그러니 이번 생엔 반드시 그때의 그 악몽이 반복되지 않게 할 것이다.
노현호는 더 말하지 않았다. 이번 진료비의 절반을 신지수에게 주었다. 그 절반은 5000만 원이었다.
어느새 해가 하늘 위 높이 떠 올랐고 마침 점심 먹을 때가 되었다.
신지수가 말했다.
“할아버지, 먼저 들어가세요. 전 은행 가서 이 돈을 저축하고 따라갈게요.”
게다가 그녀에겐 지난번 이도하가 준 수표도 있었기에 얼른 은행 가서 처리해야 했다.
노현호는 고개를 끄덕인 후 차를 타고 떠나버렸다.
신지수는 곧장 은행으로 간 뒤 돈을 전부 빼낸 후 다른 계좌로 옮겨 넣었다.
지난번 지성의 아버지 지현성이 준 진료비 4억과 지씨 가문에서 사과의 의미로 준 12억도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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