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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장

‘젠장 왜 이렇게 못살게 구는 거야! 비열하고 파렴치하게 굴지 말라고! 내 동의도 없이... 몇 번이고 분명하게 거절했는데 여전히 내 의사는 들어주지도 않고 중매를 한다고? 내가 무슨 물건인가? 보내고 싶으면 보내게!’ “젠장!” 화가 난 신지수가 욕설을 내뱉으며 청첩장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너희 집은 인신매매범이야? 하... 됐어! 네 할아버지는! 만나야겠어.” 육서진이 싸늘히 웃으며 대꾸했다. “신지수, 네가 다른 여자들보다 더 똑똑하네. 계산기도 두드릴 줄 알고 뱀처럼 속셈도 잘 숨기고 밀당도 잘하고 말이야. 정말 네 수단에 감탄해.” ‘할아버지를 이용해 나를 가까이하고, 결혼 거절을 명목으로 내 시선을 끌어 육씨 가문의 사모님 자리까지 꿰차네. 정말 대단한 여자야.’ 신지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어지러움마저 느꼈다. 안 그래도 밤새도록 침을 놓느라 많은 에너지와 정신을 소모했는데 밥도 먹지 않고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신지수는 괜한 힘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 육서진을 지나 육씨 가문 별장으로 향했다. 그녀는 육상철에게 묻고 싶었다. 목숨도 구해줬는데 이제 와서 왜 은혜를 원수로 갚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신지수가 두 발정도 내디뎠을 때 육서진이 그녀의 팔을 거칠게 잡았다. 난폭한 힘에 신지수는 넘어질 뻔했다. 들고 있던 가방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며 안에 있던 바늘 가방과 20억짜리 수표 한 장이 흘러나왔다. 예리한 신윤아가 즉시 그 수표를 주워 들고 입을 가리더니 놀라며 외쳤다. “언니, 어젯밤 돌아오지 않았잖아. 설마...” 적당히 멈춘 신윤아의 말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언니, 어떻게 이런 부끄러운 일을 할 수 있어? 엄마 아빠가 알면 얼마나 힘들겠어. 얼마나 수치스러워하겠어.” 신윤아는 말 몇 마디로 신지수를 부끄럼도 모르고 남자와 뒹군 천한 여자로 만들었다. 신윤아의 말에 육서진은 마치 약혼자의 외도를 잡은 것처럼 굴었다. “신지수!” 육서진은 본능적으로 외쳤다. “내가 죽을지언정 너처럼 가벼운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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