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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신씨 가문은 강성시 갑부에 걸맞게 부지가 1,500평이 넘었고, 고급 승용차는 꽃이 만발한 정원과 전용 골프장을 지나 마침내 환하게 불이 켜진 별장 앞에 멈춰 섰다. 운전기사는 차 문을 열고 재빨리 뛰어가 허리를 굽혀 천장을 향해 손을 뻗었고, 노수정과 신지수가 차에서 내릴 때 머리를 부딪히지 않도록 했다. “지수야, 도착했어.” 노수정은 기쁜 마음으로 신지수의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이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양쪽에 늘어선 가정부 사이로 걸어 나오는 두 사람이 보였다. 바로 신강욱과 신윤아였다. “지수야, 이쪽에 네 아빠고, 여긴...” 신윤아의 소개를 이어가던 노수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이로 따지면 둘은 태어난 시간까지 똑같았기에 서로 바뀐 것도 나름대로 이해는 갔다. 따라서 언니는 좀 그렇고, 동생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오히려 신윤아가 먼저 나서더니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다정하게 말했다. “언니, 어서 와.” 신지수는 신윤아를 바라보았다. 전생과 똑같은 장면, 말투, 그리고 착하고 해맑은 얼굴까지. 물론 순진무구한 모습의 이면에 얼마나 악독한 마음을 품고 있는지, 또한 생글생글 웃는 겉모습과 달리 뒤에서 얼마나 많은 계략을 꾸몄는지 본인만 알고 있을 것이다. ‘안녕, 신윤아. 우리 또 만났네?’ 이번에 그녀가 언제까지 열연을 펼치는지 두고 볼 작정이다. 신윤아와 눈이 마주친 신지수는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천진난만한 어조로 말했다. “생긴 게 전혀 안 닮았는데 애초에 왜 서로 바뀌었지?” 설령 갓난아기일지언정 얼굴이 부모님과 비슷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신씨 가문은 강성시 갑부로서 노수정도 제일 좋은 병원에서 출산했을 텐데 실수로 남의 자식과 바뀌었다는 진부한 레퍼토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터무니없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불가능한 일이 공교롭게 발생하다니? 과연 실수라는 게 진짜일지 의심이 갔다. 신지수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노수정과 신강욱은 동시에 어리둥절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에서 똑같은 의혹을 읽어냈다. 친딸이 남의 자식과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사람을 보내 조사를 했지만 18년 만에 돌아온 답변이라고는 ‘실수’라는 것일 뿐, 당시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증거를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신윤아는 말문이 턱 막혔고, 억울한 표정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지금 내 탓 하는 거야? 그때 나도 갓난아기인데 언니랑 바뀐 가짜 딸이라는 걸 어찌 알았겠어?” 가짜 딸이라는 소리를 듣자 노수정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싶었다. 이내 입을 열려던 찰나 신지수의 무심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로의 신분이 바뀐 것에 대해 따지고 보면 우리 둘 다 피해자야. 널 탓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지레 안 울어도 돼.” 지레 울지 말라니? 순간, 신윤아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억지로 눈물을 삼켰다. 당시 처지가 뒤바뀐 아기들이 자신의 운명을 좌우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악랄하고 기상천외한 수단과 비열하고 음흉한 수법은 신윤아가 자주 사용했던 방법이다. 게다가 애초에 둘이 바뀌었을 때 실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신강욱은 고민에 잠겼지만 이내 생각을 정리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수야, 이제라도 집에 왔으니 다행이구나. 네 방은 이미 정리해 놨으니까 아빠랑 같이 구경하러 가자.” 노수정은 남편의 태도가 못마땅한 듯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몇 십 년 만에 만난 자식인데 전혀 기쁘지도 않은가 보네요?” “당연히 기쁘지. 아까 거실에서 너무 설렌 나머지 앉아 있지 못 했다니까?” 그리고 아내가 믿지 않을까 봐 신윤아까지 끌고 와서 말했다. “윤아야, 네가 증인으로서 아빠 말이 맞는지 얘기해 봐.” “맞아요. 언니를 찾았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엄청 좋아하셨어요.” 신윤아는 활짝 웃었지만, 등 뒤로 불끈 쥔 주먹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제야 노수정은 신강욱의 말을 믿어주었다. 부부가 신지수의 어깨를 안고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한 가정부가 급히 달려와 말했다. “사장님, 사모님. 밖에 어떤 가족이 찾아와서 난동을 부리는데 경비원 두 명마저 흠씬 두들겨 팼어요. 게다가 윤아 아가씨가 자기 딸이라며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고래고래 외치고 있어요.” 훈훈한 분위기가 금세 와장창 깨졌고, 신윤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한편, 별장 입구에서 신정우는 철제 대문을 잡고 흔들며 욕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내부를 둘러보았다. 안이 어찌나 넓은지 마치 공원 같았고, 정원은 물론 골프장 그리고 개인 수영장도 있다. “아빠, 엄마! 우리 이제 부자예요.” 신정우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정도로 돈 많은 갑부인데 고작 10억으로 어찌 만족이 되겠는가? 적어도 100억은 되어야 하며 게다가 한 푼도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신정우의 아버지 신정호가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 최대한 많이 불러. 만약 거부한다면 대문을 부숴버리자.” 신정우의 어머니 오미란이 가슴을 펴고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야 현명한 결정이 빛을 발하는 건가? 그때 내가 아니었으면...” “됐어, 조용히 해.” 신정호는 아내의 말을 끊었다. “누가 오고 있잖아.” 오미란이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가정부는 지시에 따라 철문을 열어주었고,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말했다. “사장님 내외께서 들어오라고 하네요. 따라오세요.” 세 식구는 가정부의 안내에 따라 별장에 들어섰다. 내부는 마치 궁전처럼 화려하게 꾸며졌고, 반짝이는 샹들리에가 머리 위에 높이 매달려 있으며, 장식품과 인테리어 하나하나가 집주인의 품격과 고상함이 엿보였다. 비록 성은 같지만 신분은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 신정우는 눈앞의 사치스러움에 마음이 빼앗겼지만 방문의 목적을 잊지 않았다. 이내 주위를 두리번대다가 소파에 앉아 있는 신강욱, 노수정 부부를 단번에 알아보고 곧바로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외쳤다. “사모님, 사장님, 저희는 가족을 찾으러 왔어요. 여동생이 18년 동안 남의 집에서 자랐고, 우리도 두 분의 딸을 18년이나 키워줬는데 이제 신원이 밝혀진 이상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자는 말에 노수정 뒤에 숨어 있던 신윤아는 화가 나서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저는 모르는 사람들이라서 같이 가기 싫어요! 여기가 우리 집인데 제가 왜 가야 하죠?” 신윤아의 투정에 신정호와 오미란이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이 아이가 그들의 친딸이란 말인가? 예쁜 공주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누가 봐도 금지옥엽으로 자란 티가 났다. 부부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즉시 신윤아를 향해 다가가며 말을 이어갔다. “아이고, 우리 딸! 그게 대체 무슨 말이니? 진짜 엄마 아빠가 여기 있잖아. 얼른 집에 같이 돌아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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