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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장

신지수는 코를 슥 만지며 칼을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고 불을 켰다. 환한 불빛에 이도하가 무의식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고 다소 잠긴 목소리는 밤에 들으니 깊고도 매력적이었다. “왜 이제야 돌아와?” 신지수는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의 말투는 마치 아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가 마침내 묻는 남편 같았다. 물론 신지수와 이도하의 관계는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기껏해야 같이 잠 몇 번 잔 정도? 신지수는 헛기침하며 생각을 멈추고 손에 든 주머니를 흔들었다. “마트 문 닫기 전에 장을 좀 보고 왔어요.” 이도하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겨우 그거 먹어?” 신지수가 짧게 대답했다. 어차피 혼자 사는데 아무거나 만들어 배불리 먹으면 그만이었다. 신지수는 주머니에서 물건을 하나씩 꺼내며 이도하가 떠날 생각이 없는 것을 보고 물었다. “안 돌아가요?” “어디로?” “그쪽 집이요.” 신지수가 말하는 곳은 신명이었다. 혼자인 그녀는 돌아갈 집이 없지만 이도하는 가족들과 명절을 보내야 하지 않나? 신지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도하의 휴대폰이 연달아 여러 번 울렸고 슬쩍 들여다본 그가 손끝으로 몇 마디 답장을 보낸 뒤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신지수는 알아서 그릇을 꺼내 먹을 음식을 준비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매운탕을 끓여 먹으려던 참이었다. 신지수가 두 손을 비비고 소매를 걷어 올리며 시작하려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옆집에 사는 강민아겠지. 신지수가 문을 열자 현관 앞에 서 있던 건 강민아가 아니라 이도하의 부하 두 명이었는데 손에 들고 있는 주머니 두 개엔 식재료가 가득했다. 다른 한 명은 붉은 장미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신지수가 당황한 사이 두 부하가 정중하게 말했다. “아가씨, 안녕하세요. 도련님께서 시키신 건데 잠깐만 들여보내 주시면 안 될까요?” 신지수가 비켜주자 두 부하는 물건을 내려놓고 나갈 때 예의 바르게 문까지 닫아주었다. 신지수의 시선이 테이블 위에 놓인 붉은 장미 꽃다발로 향했다. 어떤 품종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송이 한 송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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