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장
이도하는 이름을 굳이 지목하지 않았지만, 그의 뜻은 명백했다.
노현호는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이도하에게 다가가 맥을 짚으려 했다. 그러자 이도하가 그의 손을 가볍게 피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 함께 온 조수에게 맡겨 보시죠.”
신지수는 약상자를 들고 조수의 자격으로 이 자리에 있었다. 노현호는 잠시 눈살을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제 조수는 아직 경험이 부족합니다. 실수할 수도 있으니, 제가 직접 진찰하는 게 나을 겁니다.”
그러나 이도하는 지친 듯한 어조로, 다만 마지막 말만은 단호하게 내뱉었다.
“괜찮습니다. 꼭 어르신의 조수에게 병을 보이고 싶습니다.”
그의 말은 얼핏 듣기엔 이상해할 것 없었지만, 그 속엔 묘한 긴장감과 압박이 가득했다. 듣는 이로 하여금 숨 쉬는 것조차 쉽지 않게 만드는 분위기였다.
노현호는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신지수가 조용히 그를 막았다.
“할아버지, 제가 할게요.”
“너...”
노현호는 ‘정말 괜찮겠니?’라고 묻고 싶었지만, 신지수는 설명을 이어가지 않았다. 이 순간은 신지수가 할아버지 앞에서 실력을 증명할 기회이기도 했다.
신지수는 조용히 앞으로 나아가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도하의 깊고 뜨거운 눈빛이 그녀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흔들림 없이 그의 손목에 손을 올렸다.‘이도하의 몸에 외상이 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심각하진 않네. 하지만...’
신지수는 손을 떼며 차분히 말했다.
“외상을 입으셨네요. 이도하 씨를 다치게 한 물건에 독이 묻어 있었습니다. 아직 독소가 폐까지 퍼지진 않았지만, 침을 놓고 상처를 열어 독을 빼내야 합니다.”
이도하는 그녀의 진단에 놀라지 않은 듯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셔츠를 벗으며 시술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신지수는 약상자에서 소독한 칼을 꺼내고, 은침을 준비했다. 시술을 시작하기 직전, 노현호는 조바심을 내며 어떤 혈을 먼저 찌르고 독을 빼내야 하는지 조언했지만, 신지수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주저 없이 이도하의 어깨에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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