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장
나이 든 사람들은 대부분 소박했고 채정숙도 예외는 아니어서 신지수가 꽤 많은 물건을 사줬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오래된 것을 버리지 못했다.
앞에는 낡은 식탁과 그릇이 놓여 있었고 음식도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게 차려져 있었다.
늘 사치만 누려온 육서진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초라해 마음속에 숨겨뒀던 혐오가 드러나며 젓가락질하지 못했다.
육서진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신지수 역시 그를 쫓아냈다.
“가, 배웅은 안 해.”
당황한 채정숙은 상대가 오자마자 다시 갈 줄은 몰랐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아 미소만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육서진은 걸어 나갔다.
잘 정돈된 작은 마당을 나와 안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육서진은 복잡한 표정이었고 살짝 짜증도 밀려왔다.
오늘 밤, 그는 이미 자신도 놀랄 정도로 의외인 행동을 했다.
사람들을 데리고 신지수를 찾아가려는 송서희를 막은 것, 홀린 것처럼 달려가 밥을 먹고 할머니에게 신지수 약혼자라고 한 것까지...
육서진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절대 자기가 원해서 한 게 아니라 신지수를 데려오라는 할아버지의 명령 때문에 이런 어이없는 행동을 했다고 치부했다.
다음에는 절대 오지랖 부리지 않을 거다.
눈엣가시가 사라진 신지수는 기분 좋게 식사했고 채정숙이 안부를 묻자 신지수는 그냥 다 괜찮다고 말했다.
채정숙은 한숨을 쉬었다.
“대충 넘어가려고 하네.”
신지수가 웃었다.
“할머니, 이젠 편히 누리셔야 할 연세인데 괜한 걱정은 마세요. 참, 지난번에 다리 아프시다더니 제가 보내드린 약은 드셨어요?”
“먹었어, 다 먹었으니 걱정하지 마.”
두 사람이 식사를 마치고 밥상을 치우고 있는데 마당 밖이 시끌벅적했다. 신지수가 커튼을 걷어보니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옆집 아저씨도, 마을 아주머니도 손에 여러 가지 물건을 들고 있었다.
신지수가 나타나자 모두 반가운 얼굴로 모여들었다.
“지수야, 정말 너였구나! 보고 싶었어!”
“지수야, 이건 아줌마가 널 위해 뜨개질한 목도리야. 추울 때 입으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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