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1장
마을에는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광활한 밤하늘 아래서 이 불빛은 소용이 없었다.
특히 이 골목길 입구는 어두웠고 희미한 빛이 육서진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훤칠한 게 아주 눈에 띄었다.
송서희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사실 육서진은 정말 잘 생겼고 맑고 고상한 분위기를 지닌 데다 부드럽고 신사적이었다.
같이 어울려 다니는 사람끼리 그녀가 신윤아의 절친한 친구가 아니고 신윤아에 대한 육서진의 사랑과 배려를 몰랐다면 그에게 다른 마음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송서희는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말을 꺼냈다.
“육서진 씨, 방금 상황 봤죠? 신지수한테 따지러 갈 건데 저희랑 같이 가려고 여기 계신 건가요?”
육서진은 고개를 저었다.
송서희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막연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얼굴로 시선을 돌린 육서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평소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말을 뱉었다.
“방금 일을 봤으니 신지수를 찾아가는 건 안 됩니다.”
안 된다고?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육서진이 신지수를 옹호하는 걸까?
송서희는 속으로 억울함과 분노를 느끼며 피가 거꾸로 솟았다.
“신지수가 먼저 나한테 손댔어요. 육서진 씨도 거기 있으면서 봤잖아요. 신지수는 미쳤어요. 뜨거운 집게로 협박까지 했다고요! 내가 피해자인데 그 여자 편을 드는 거예요?”
“편드는 게 아니라 사실대로 말하는 겁니다.”
곧 그가 덧붙였다.
“게다가 사진을 찍어서 먼저 도발한 건 그쪽이잖아요.”
그러니 그녀가 ‘피해자’라는 발언은 성립이 안 된다.
이 말을 들은 송서희는 더욱 억울해서 소리를 질렀다.
“사람을 죽여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사진 몇 장 찍은 건데 그게 그렇게 잘못이에요?”
육서진이 날카롭게 말했다.
“그럼 사진을 찍어서 뭘 하려고 했죠? 사람들이 당신이 말한 가난한 사람들을 비웃게 하려고요? 아니면 그걸로 또 사이버 폭력을 가하려고요?”
칼날 같은 말은 형체도 없이 사람을 죽이고도 ‘농담이었을 뿐 해를 끼칠 의도는 없었다'는 말로 무마할 수 있었다.
속내를 들킨 송서희가 발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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