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3장

‘육서진과 누구? 신지수? 어떻게 신지수일 수가 있지?’ 신윤아는 믿기 어려운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두 귀를 의심했다. 신강욱, 노수정 부부도 어리둥절하더니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로 재차 확인했다. “어르신께서 말씀하신 신지수는 저희가 다시 찾은 지 얼마 안 된 딸 말입니까?” “그래.” 육상철은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친딸 신지수.” 굳이 친딸이라고 콕 집어 얘기하는 건 신지수의 신분만 인정한다는 뜻과 마찬가지였다. 신윤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자칫 이성을 잃고 육상철을 손가락질하며 노망 난 게 아니냐고 욕설이라도 퍼부을 뻔했다. 심지어 육서진마저 할아버지가 파격 선언할 줄 몰랐는지라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할아버지, 그게 무슨 헛소리예요? 오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을 만나러 왔다더니...” 육상철이 그에게 눈짓을 보냈다. 뜻인즉슨 이미 만났다는 것이다. 육서진은 흠칫 놀랐다. 할아버지가 교통 사고당한 날 신지수도 있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그렇다면 육상철을 구한 사람이 신지수란 말인가? 이내 눈살이 찌푸려졌다. 만약 진짜라면 그녀가 나타난 타이밍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공교로웠기에 고의성은 물론 불순한 동기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 이 결혼은 결사반대한다고 입을 떼려던 찰나 사람들 뒤에서 쌀쌀맞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 싫어요.” 신지수가 굳은 얼굴로 인파를 뚫고 다가왔다. 육상철은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 즉, 두 가문의 혼사는 자식들이 거절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양측 손윗사람이 결정한다는 뜻이다. 신씨 가문은 강성시 갑부로서 절대적인 재력을 자랑하지만 이 세상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다. 육씨 가문은 백 년 전통의 권력가로서 신씨 가문과 혼인을 원한다는 자체가 신강욱, 노수정 부부는 물론 신지수 본인에게 횡재인 셈이다. 물론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봐서라도 그는 상냥한 모습으로 일관하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아가야, 걱정하지 마. 우리 집에 시집오면 아무도 감히 널 괴롭히지 못한다고 이 할아버지가 맹세하마.” 그리고 육서진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물론 이 녀석도 포함이야.” 대체 어딜 봐서 은혜를 갚는다는 거지? 오히려 복수하는 건 아닌지 싶었다. 신지수는 헛웃음이 났다. 전생에도 그랬듯 두 집안은 제멋대로 그녀와 육서진을 엮어주었다. 당시만 해도 육서진에게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기 때문에 딱히 결혼하는 걸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국물도 없을 것이다. “싫다고 말씀드렸어요.” 신지수의 안색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아까보다 더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 “어르신, 만약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보답하고 싶으시다면 치료비나 좀 챙겨주세요. 굳이 기분 상하게 이런 식으로 복수할 필요 있나요?” ‘무슨 소리지?’ 육서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굳이 기분 상하게 복수할 필요 있냐니? 뜻인즉슨 복수하려고 그와 결혼시켜서 기분이 상한다는 건가? 육서진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고, 신지수를 바라보는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신윤아는 질투에 눈이 멀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고작 며칠 사이에 대체 무슨 수작을 부렸기에 육상철의 눈에 들었단 말이지? ‘이 천한 여우 같은 년이!’ 이내 얼굴이 점점 흉악하게 일그러졌고, 당장이라도 신지수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현장에 있던 손님들도 충격에 빠져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바로 오늘의 하이라이트인가? 이때, 호사가 한 명이 신윤아를 바라보더니 그녀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내뱉었다. “네? 그렇지만 도련님은 신씨 가문의... 가짜 딸과 소꿉친구라서 유난히 정이 깊지 않나요?”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