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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장

그런데 임하나의 느낌대로 육현우는 정말로 조급했다. 그녀의 문자를 받았을 때 육현우는 화장실에서 수염을 깎고 있었다. 절반 깎다가 임하나의 문자를 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른 아침부터 그녀가 밖에서 찬 바람을 맞을 생각에 문자 하면 너무 느릴 것 같아 바로 전화를 건 것이었다. 임하나가 밑에 있다는 소리에 당장이라도 날아갈 기세였다. 평소 그렇게 꼼꼼하던 육현우는 나머지 수염도 대충 깎고 물로 헹군 후 그대로 화장실을 뛰쳐나갔다. 어젯밤에는 육현우가 이옥자 옆에 있었다. 이지영은 아직 오지 않았고 이옥자는 이미 일어나 침대에 기댄 채 안경을 쓰고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화장실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간 것 같았다. 제대로 보기도 전에 그 그림자는 벌써 병실 문 앞에 있었다. “할머니, 내려갔다 올게요.” 검은 그림자는 그대로 밖으로 달려나갔다. 이옥자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 검은 그림자가 되돌아오더니 소파 위의 겉옷을 챙기고 히죽 웃고는 다시 달려나갔다. 그녀는 어이가 없어 천장만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뭔 큰일이라도 났길래 늘 점잖던 우리 손주가 저렇게 허둥대지?’ ... 임하나는 아래층에서 3분 정도 기다리다가 육현우를 발견했다. “대표님.”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육현우를 본 순간 저도 모르게 마음이 설레면서 귓불까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임하나를 쳐다보는 육현우의 눈빛이 눈에 띄게 다정해졌다. “학교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버스 몇 번 갈아타야 해요?” “세 번요. 그런데 아침에는 사람이 적고 버스가 빨리 달려서 그리 번거롭진 않아요.” 육현우는 그녀가 입은 겉옷을 보며 물었다. “추워요?” 임하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그가 들고 있는 검은색 겉옷을 힐끗거렸다. ‘이상하네? 위에서 내려와서 춥지 않을 텐데 겉옷은 왜 챙겼지? 혹시 나갈지 몰라서 챙긴 거겠지, 뭐. 대표님은 역시 일반 사람보다 꼼꼼하다니까.’ “일단 들어가요. 밖에 바람이 차요.” 육현우는 들고 있던 겉옷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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