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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장

“한승호 씨.”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한승호가 몸을 돌렸다. 이지영이었다. 그녀는 완전히 바뀐 헤어스타일로 샤넬 정장을 입고 손엔 검은색 루이뷔통 브랜드 가방을 들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명품으로 치장한 그녀의 모습은 검소하고 겸손했던 예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대표님은요?” 육현우의 말을 떠올린 한승호가 손으로 그녀를 막았다. “대표님께선 지금 바쁘셔서 만날 시간 없으십니다.” 이지영은 잠깐 멈칫하다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보온병을 들어 올렸다. “대표님에게 드리려고 국을 좀 끓여왔어요...” “저한테 주세요.” 한승호가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지영이 그의 손을 피하고는 경직된 웃음을 지었다. “듣기론 임하나 씨가 승진했다면서요? 이제 대표님과 같은 사무실을 쓰는 거예요? 그럼 한 비서님보다도 지위가 더 높은 건가?” 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한승호는 그녀의 불쾌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대표님의 결정입니다. 아랫사람으로서 첫 번째 의무는 업무에서 리더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지영은 웃음을 터뜨렸다. “당연하죠.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이에요.” 한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일 없으시면 전 이만 가볼게요.” “네.” 한승호가 돌아선 뒤, 이지영의 얼굴에서 미소가 조금씩 사라졌다. 그때 안은실이 다가왔다. “한 비서가 뭐래?” “아무것도 아니래.” 몸을 돌린 이지영의 얼굴에서 다시 예전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안은실은 그녀의 옷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흠칫 놀라며 물었다. “이번 시즌 샤넬 신상 옷 아니야? 잡지에서 모델이 입은 거 봤어. 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더 예쁘네.” 이어 그녀의 시선이 이지영의 가방으로 향했다. “와. 이건 루이뷔통 신상이지? 컬러가 정말 고급스럽네.” 이번엔 이지영의 신발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이 신발... 세상에. 몸에 걸친 것들 다 합치면 1억은 되겠는데?” “대표님이 정말 잘해주시나 보네. 너무 행복할 것 같아!” 안은실의 얼굴엔 부러움이 가득했다. 이지영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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