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9장
육현우가 멈칫했다.
금방 일어나서 그런지 아니면 시력을 잃어서 그런지 오감이 둔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게 아니면 전예지 몸에서 나는 향기가 임하나와는 아예 다르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육현우가 실망한 듯 손을 풀었다.
“내가 일으켜 줄게.”
전예지가 말했다.
육현우는 조용히 손을 빼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괜찮아. 이제 가.”
육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더듬거리며 앞으로 향했다.
시력을 잃고 육현우는 방향도 가리지 못했다. 앞으로 두 걸음밖에 걸지 못했는데 전예진의 비명이 들렸다.
“조심해...”
무릎을 테이블 모서리에 세게 박은 육현우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꿇어앉았다.
“현우야.”
전예지가 다가오더니 말했다.
“어디 가려고. 내가 데려다줄게...”
“괜찮아.”
육현우가 전예지를 밀쳐내더니 이를 악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에서 전해지는 통증을 참아내며 앞을 더듬거렸다.
전예지는 육현우가 밖으로 나가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육현우는 아예 방향을 잘못 잡았다. 보다 못한 전예지가 입을 열었다.
“현우야, 틀렸어. 문은 저쪽에 있다고...”
육현우는 마치 못 들은 것처럼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침대에서 통유리로 된 창가까지 고작 열몇 걸음밖에 안되지만 육현우는 절뚝거리며 몇분을 걸어갔다.
손가락이 창문에 닿아서야 육현우는 표정이 살짝 좋아졌다. 그렇게 그는 베란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베란다에 놓인 잡동사니에 발이 걸렸지만 육현우는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난간으로 향했다.
“현우야.”
전예지가 달려오더니 육현우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현우야. 안돼. 그런 생각은 하지 마. 임하나 씨가 죽은 건 사고였어. 할머니도 챙겨야 하잖아. 임하나 씨도 네가 이러는 거 보고 싶지 않을 거야.”
“...”
육현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차가운 돌 조각상처럼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전예지는 그렇게 육현우를 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러다 문득 뭔가 생각났다.
육현우는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몸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전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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