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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장

임하나는 임하은과 대화를 나눈 후 금세 졸음이 밀려와 깊이 잠들었다. 그러나 임하은은 전혀 잠들지 못했다. 오히려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진우석이 죽었지만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 온지선을 용서한 순간 임하은은 이 세상에서 용서할 수 없는 원한이나 갈등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게다가 그녀는 진우석을 진심으로 좋아했었다. 그때 임하은은 진우석과 함께 평생을 보낼 것이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진우석이 오늘과 같은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펑! 갑자기 유리창 밖에서 무언가가 떨어진 듯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밖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희미한 달빛만이 그 사람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은커녕 입고 있는 옷의 색깔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임하은은 상대가 여강석이라는 것을 첫눈에 눈치챘다. 임하은은 가만히 있었다. 방 안에는 불이 꺼져 있었기 때문에 여강석은 임하은이 깨어 있는지 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잠시 머물다 갈 거라고 생각했다. 협탁에 놓인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면서 밝아진 화면이 그녀의 눈을 비추었다. 임하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휴대폰을 들었는데 스크린에 보인 ‘여강석’이라는 이름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로써 그녀는 완전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말았다. 임하나를 깨울까 봐 임하은은 전화를 끊고 외투를 걸치고는 통유리를 열었다.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여강석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채 바깥으로 끌어냈다. 그의 몸에서는 약간의 술 냄새가 풍겼다. 여강석은 임하은을 난간 위로 올린 다음 힘차게 뛰어내렸다. 임하은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본능적으로 그의 옷을 꽉 붙잡았고 몸은 저절로 그에게 밀착되었다. 여강석은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가볍게 김씨 가문의 저택을 뛰어넘어 바깥 도로에 착지했다. 길가에는 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는 조수석 문을 열어 임하은을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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