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장
“아니.”
진우석이 임하은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내가 너 없으면 못 살 것 같아서 그래. 하은아, 전에는 내가 어리석었어. 내가 뭐에 홀린 것 같아. 그래서 너한테 상처 주는 말을 한 거야. 마음에 담아두지 마. 오늘 너 데리고 집에 가려고 이렇게 왔어. 엄마가 점심도 하고 계시고 사과도 하실 거야.”
임하은이 진우석을 밀쳐내더니 몸을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진우석, 이제 용서는 없어.”
“하은아...”
쾅.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굉음에 진우석이 화들짝 놀랐다.
임하은도 똑같이 놀랐다. 들어온 사람이 여강석이라는 걸 발견하고 호흡마저 흐트러졌다.
“또 당신이에요?”
진우석의 시선이 여강석에게로 향하더니 다시 임하은을 돌아보며 질책했다.
“하은아, 이 사람 누구야?”
“저 사람이 누구든 너랑은 아무 상관 없어.”
임하은이 더는 진우석을 상대하지 않고 돌아서서 물건을 정리했다.
“하은아...”
진우석이 다가가려 했지만 순간 차가운 시선이 날아오는 게 느껴졌다. 진우석은 여강석을 바라봤다. 손에는 정교한 단검이 들려있었는데 손가락으로 칼날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 칼은 보기만 해도 너무 날카로워 보였다.
일반인이 취급하려면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여강석은 지금 그 칼을 손가락으로 계속 문지르고 있었다. 그러다 자칫 잘못하면 베어서 피가 철철 흐를 것 같았다.
여강석이 천천히 눈까풀을 들어 진우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와 눈빛이 마주친 순간 진우석은 마치 개미처럼 비천한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진우석은 여강석을 알고 있었다. 비록 전에 실물을 본 적 없었지만 카지노에 떠도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들을 때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오늘 실물을 영접해보니 더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진우석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여강석이 언짢은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꺼지라고 말해서야 진우석은 정신을 차리고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얼른 알아서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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