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장
여자아이는 천진난만한 다섯 살이었기에 말을 가려서 할 줄 몰랐다.
말하면서도 겁에 질려 아빠 쪽으로 기대면서 계속 말했다.
“아빠, 우리 빨리 집에 가요. 최하준 아빠 너무 무서워요.”
여자아이의 아빠는 여자아이를 한번 내려다보고 또 굳은 표정의 최성훈을 보더니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이가 철이 없어서 아무 말이나 하는 것이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여자아이를 안고 도망치듯 유치원을 빠져나갔다.
도망가는 뒷모습을 보면 모르는 사람은 귀신이라도 쫓아오는 줄 알 것이다.
최성훈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워졌고 마치 얼굴에 먹구름이 가득 낀 것 같았다.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도망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긴 다리를 뻗어 하준이를 데리고 강성에서 유일하게 한 대밖에 없는 애스턴 마틴리에 올랐다.
최성훈이 차에 오르자, 눈치를 챈 유재민도 아무것도 묻지 않고 기사에게 운전하라는 지시도 내리지 않은 채 그냥 조용히 기다렸다.
지금 대표님이 화가 난건 맞지만, 만약 정말 사모님을 기다리지 않고 그냥 가버리면 또 어떻게 화를 낼지 모르는 일이다.
최성훈이 자신의 보배 아들을 안고 가자 소윤정은 미안한 얼굴로 송이준에게 다시 사과했다.
“선배, 미안해요. 성훈 씨가 올 줄 몰랐어요.”
“다음에 다시 약속을 잡을게요, 정말 미안해요.”
소윤정은 최성훈을 한시도 보고 싶지 않았고 그와 될수록 멀리 떨어져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 눈에 튀는 회색 애스턴 마틴리가 요란하게 경적을 울려댔다.
그리고 차창이 내려가자, 최성훈의 먹구름 가득한 얼굴이 보였다. 소윤정이 최성훈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그 차가운 눈빛에 금방이라도 얼려버릴 것만 같았다.
“안 갈 거야?”
소윤정은 최성훈의 인내심이 이미 바닥이 났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준이가 차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길을 건너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차 문을 채 닫기도 전에 시동이 걸렸다. 소윤정은 급히 차 문을 닫고 안전벨트를 매었다.
최성훈의 분노가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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