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장 절망에 빠지지 않으면 포기할 줄 모르지
나는 어머니가 건네준 물을 받아 양치질을 하고는 숨을 내쉬며 말했다.
"뭔 입덧이요?"
"여자가 임신하면 대부분 입덧을 해. 얘는 왜 이리 멍청해?"
어머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나를 놀리더니, 내가 너무 지친 것을 보고는 말했다.
"너는 침대에 누워서 좀 쉬어. 아무래도 먹은 걸 다 토한 것 같으니, 기운을 보충하게 내가 먹을 걸 좀 가져다줄게.”
나는 어머니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로 올라가 누운 채 저도 모르게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입덧이라고?’
‘임신했는지 안 했는지는 나 자신이 잘 알고 있잖아. 그런데 갑자기 왜 이렇게 심하게 헛구역질하지?’
"무슨 생각해?"
침대 옆에서 느닷없이 낮고도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고개를 돌려 보니 염지훈이었다.
그는 침대 옆에 선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흠칫 놀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오늘 몸이 안 좋으니 청산각으로 돌아가지 않을게."
어머니가 송여월을 본가로 데려온 터라 나는 그녀가 여기서 무슨 짓을 벌일까 봐 조금 걱정되어 한동안 아예 여기서 지내기로 했다.
내 얼굴이 너무 창백해서인지 그가 내 말을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그러면 여기서 쉬어."
그가 이렇게 말을 잘 듣자 나는 어쩐지 조금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가 방금 그렇게 심하게 토했으니 그도 아마 어머니랑 마찬가지로 내가 입덧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는 나의 배 속의 아이가 신경 쓰여 나를 괴롭히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러면, 얘랑 실랑이하지 않아도 되니 잘됐지, 뭐.’
나는 방금 토한지라 좀 피곤했다. 그가 내 방에 자리를 잡고 앉는 것을 보니, 당분간 돌아갈 생각이 없는 듯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이미 시간이 늦었는데 청산각으로 안 돌아가?’
그가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더니 검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낮고도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내 아내야. 네가 여기 머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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