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추악한 흉터
“환자분, 이 흉터를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해요. 당시 다쳤을 때 얼마나 상황이 심각했는지 환자분 본인도 아시잖아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흉터를 옅게 하는 것 정도예요. 그 외의 것은 장담할 수 없어요.”
거울로 배에 있는 흉터를 보자 오후에 병원에서 의사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이 흉터는 완전히 지울 수 없는 걸까?
잠시 멈칫한 난 서랍에서 흉터 연고를 꺼내 배에 발랐다.
“끼익….”
욕실의 문이 열리는 기척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자 거울 너머로 염지훈의 차가운 눈빛과 눈이 마주쳤다. 염지훈은 크고 늘씬한 체형에 차갑고 훤칠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나와 마주쳤던 시선은 천천히 내 배의 일그러진 흉터로 향했다. 염지훈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것도 잠깐뿐, 이내 말 한마디 없이 화장실에서 나갔다.
흉터를 발견했을 때 염지훈의 두 눈에는 순간 놀라움이 스쳤던 것이 떠올랐다. 비록 아주 잘 컨트롤했지만 그래도 나에게 들킨 것이다.
결혼한 지 2년째, 우린 함께 잠을 자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게다가 매번 불을 끈 다음에 관계를 가졌던 탓에 어쩌면 만진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라 크게 관심을 가진 적 없을 수도 있어서,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이토록 선명하게 이 흉터를 마주하게 된 셈이다.
연고를 넣은 뒤 욕실을 나섰다.
염지훈은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담배는 깜빡이며 빛을 내고 있었다. 염지훈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재떨이를 그의 곁에 놓으며 조용하게 말을 건넸다.
“미안, 오늘 돌아올 줄 몰랐어.”
만약 알았다면 당연히 욕실에 들어갔을 때 문을 잠그지 않아 방금 전 그 상황이 펼쳐지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
“언제 생긴 거야?”
그는 담뱃재를 재떨이 위에 살짝 털며 동문서답했다.
흉터에 대해 묻는 건 이번이 처음인 듯해 숨을 들이켜다 사실대로 대답했다.
“4, 5년 전 일이야.”
고개를 끄덕인 그는 나를 흘깃 쳐다보다 미간을 찌푸렸다.
“아이는?”
그 질문에 순간 멈칫한 나는 이내 그가 오해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출산으로 인한 상처가 아니야.
뒤의 말은 이어질 기회가 없었다. 침대에 놓여있던 그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벨 소리가 독특했던 탓에 울리자마자 그는 고개를 돌려 전화를 받았다.
“응, 바로 갈게.”
전화 너머에서 뭐라고 했는지 그는 조금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딱딱해 보이던 얼굴이 지금은 온화하고 평온해졌다.
그 모습에 심장이 저릿해졌던 나는 통화를 마치자마자 일어나려는 그를 향해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오늘 밤에 다시 올 거야?”
팔에 외투를 걸치다 내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그는 안색이 조금 어두웠지만 여전히 고귀한 모습을 유지하며 말했다.
“기다리지 않아도 돼. 일찍 쉬어.”
그 말인즉슨,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쿵!”
안방의 문이 닫히고, 나는 베란다에 서서 평온하게 마당을 빠져나가는 검은 차량을 쳐다봤다.
아마도 송여월을 보러 간 거겠지. 그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은 언제 어느 때든, 전화 한 통이면 언제든 달려갔다.
꽤 부럽기도 했다.
나와 염지훈의 결혼은 비즈니스 정략결혼으로 감정과는 상관없이 가문의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어진 결혼이었다.
그의 마음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에 나는 딱히 놀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젊은 날에 첫사랑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딨을까.
하지만 의외인 건, 그 첫사랑이 바로 나의 언니 송여월이라는 것이다.
송여월은 3년 전 이미 결혼한 유부녀였다. 만약 두 달 전에 갑자기 이혼하고 돌아와 집 마당에서 우연히 그녀와 염지훈이 끌어안고 있는 것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염지훈이 마음에 담아둔 사람이 언니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막장 같은 이야기긴 하지만 가슴을 찌르기는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2년간의 결혼 생활에서 염지훈은 좋은 남편이었다. 비록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생활 방면에서 보살펴준 그 덕에 나는 이 결혼 생활을 꽤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보건대, 이 순탄한 결혼생활에도 이제 막이 내릴 때가 온 것 같다.
늦은 밤,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 자기 전에 휴대폰을 끄지 않은 건 정말이지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전화를 받은 나는 올라오는 성질을 누르며 전화 너머에 말을 건넸다.
“여보세요?”
전화 너머로 여자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훈아, 나 아파.”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염지훈?
전화 너머의 나른한 여자 목소리는 송여월인 듯했다.
잠기운이 순식간에 가셨다. 다시 발신자 표시를 보니 염지훈이 건 전화였다.
그러니까, 이 늦은 야밤에 전화를 건 건, 실시간 라이브로 들려주려는 건가?
“뚝…”
전화가 끊기는 소리가 들려왔고 통화는 이미 종료되었다.
하!
그 전화 한 통은 나의 잠을 제대로 방해했다.
기분이 도무지 좋다고 할 수가 없었다.
나는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1시, 보아하니 경찰 아저씨에게 도움을 좀 요청해야 할 듯싶다.
신고 전화를 누르자 너머로 정형화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112 신고 센터입니다. 말씀하세요!”
나는 휴대폰을 꽉 쥔 채 입을 열었다.
“네, 실례합니다. 진강 단지에 성매매 신고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