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장
서준수가 세우고자 하는 건 인류의 마지막 질서를 지켜 낼 보금자리였다.
“알겠습니다!”
몇 사람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들은 군 출신이었고, 종말의 세상에서 살아남으며 도덕만으로는 사람을 붙잡아 둘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오직 강경한 수단만이 질서를 세울 수 있다고 믿었다.
“오늘 왔던 여자 이름은 하선아야. 혹시라도 또 나타나면 너희가 전부 나서서 지켜 줘야 해.”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뭔가를 눈치챈 듯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목숨을 걸고라도 보호하겠습니다.”
하선아, 그리고 청명기지. 이 둘의 연관성은 누구라도 쉽게 추측해 낼 수 있었다.
그 뒤 며칠 동안 하선아는 여러 가게를 돌보느라 분주했다. 몇몇 점포는 이미 차근차근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간 상태였다.
하선아는 우선 도자기를 취급하는 가게를 열었고, 그 외에 일반 액세서리 가게나 이세계에서 가져온 의류를 파는 가게도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이 골목 상권 경제를 전부 살려 놓고 있네.’
하선아는 속으로 뿌듯해했다.
어제는 이세계의 도자기 공장에 들러 꽤 많은 제품을 확보해 왔고, 오늘은 그 물건들을 창고에 쌓은 뒤 차에 실어 점포로 옮기고 있었다.
“작은외삼촌, 이 도자기들은 저쪽 위쪽 선반에 올려 주세요. 여긴 계산기고, 가격표는 전부 붙여 뒀어요.”
“이 그릇 하나에 4만 원이라고? 너무 비싸. 이래서는 아무도 안 살걸?”
큰외삼촌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긴 그냥 조그만 도시인데, 이렇게 비싸면 누가 사겠니?”
“작은외삼촌, 그냥 제가 정한 가격대로 팔아 주세요.”
하선아는 별다른 설명 없이 딱 잘라 말했다.
‘솔직히 이걸 도경의 쇼핑몰에 갖다 놨으면 최소 20만 원은 받았을 텐데.’
“이거 너무 비싸서 아무도 안 살 거야, 선아야. 이러면 손해 볼 텐데...”
작은외삼촌도 걱정스레 거들었다.
하선아는 살짝 인상을 썼다. 이래서 친척을 고용하기 꺼렸던 것이다. 자꾸 그녀의 결정에 간섭하게 될까 봐서 말이다.
“작은외삼촌, 그냥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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