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어둠이 내린 강주 어느 한 곳에서....
등불이 휘황찬란한 유씨 가문의 별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오늘은 유씨 가문의 부인 심수옥의 46번째 생일이다.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미모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자색이 뛰어난 딸 둘을 두고 있는데 하나는 강주 제일의 미녀이고, 또 하나는 강주 대학의 얼짱이다. 두 딸을 탐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번 축하의 기회를 빌어 찾아온 것이다.
"유 사모님, 이것은 동해에서만 나는 진귀한 진주인데 피부를 맑고 희게 한다고 합니다. 생신 축하드립니다."
"이모님, 이 옥여의를 받으시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되시길…."
유씨 부인은 손님들의 선물들을 받으며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바로 이때,
별장 밖에서 한 청년이 너무 씻어 하얗게 색이 바랜 청바지를 입고 뛰여 들어오더니 다급한 어조로 유씨 부인에게 말한다.
“어머님, 저의 어머니 병이 심해져서 당장 수술해야 할 것 같은데 일억 원만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
이 말을 들은 손님들은 모두 놀라 멍해졌다. 그들은 이상한 표정으로 청년을 바라본다.
오늘 유씨 부인 생신인데 선물을 드리기는커녕 일억 원을 달라고 손을 내밀다니, 혹시 머리가 돈 건 아닐까?
"이분은?"
"누구겠어요? 바로 유씨 가문의 데릴사위인 임건우, 유가연 아가씨의 쓰레기 같은 남편이죠! 그저 명의상의 남편일 뿐, 아가씨는 아직 결백한 몸이래요. 그렇지 않으면 오늘 우리가 여기 무슨 볼일 있겠어요?"
양복 입은 한 청년의 비꼬는 말에 별장 곳곳에서 폭소가 터졌다. 그 소리에 소파에 앉아 있던 절세의 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임건우를 바라보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임건우의 아내, 유가연이다.
두 사람은 결혼한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임건우는 유씨 가문에서 가정부보다도 못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고, 아내의 방 앞에는 얼씬하지도 못한다.
결혼 당일, 부모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아버지 임우진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어머니는 아직도 병상에 누워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 비참한 것은 아버지가 횡령으로 몰리는 바람에, 회사는 차압당하고, 재산은 모두 빼앗기고, 임씨 가문에서 쫓겨나기까지 하였다. 그는 재벌 집 도련님으로부터 단번에 밑바닥으로 떨어져, 무일푼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러니 장모님의 미움을 받을수밖에....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하나밖에 없는 집까지 팔았지만, 아직도 역부족이었다. 병원에서 지금 바로 수술해야 하니 일억 원을 준비하라고 한다, 아니면 어머니가 삼일을 버티지 못한다고 하는데.... 더는 어딘가에서 돈빌릴 방법이 없어 장모님한테 돈 빌리러 온 것이었다.
수옥은 애원하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건우를 보자 화가 치밀어 테이블 위의 작은 생일 케이크를 집어 그의 얼굴에 던졌다.
"이 병신같으니라고! 매일 나한테 돈 돈 돈밖에 몰라, 너는 우리 유씨 집안의 돈이 바람에 날려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매달 이백만 원씩 주는 것도 모자라 일억원을 빌리겠다고? 네 엄마한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인데 무슨 치료를 하겠다고 해? 끌고 나가 매장이나 할거지!"
이 말을 듣고 있던 건우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가 곧 다시 힘을 푼다.
"말로 하면 되는 걸 왜 손대고 그러세요?"
보다 못한 가연이 일어서서 테이블 위의 휴지를 꺼내 건우에게 건넨다. 가연의 동생 유지연은 그걸 보며 차가운 표정을 짓는다.
"언니, 아직도 이 쓸모없는 인간을 도와주는 거야? 저 사람 좀 봐, 우리 집에 와서 돈 한 푼 번 적 있어? 엄마랑 나한테 선물이라도 준 적 있어? 우리 집에 돈을 요구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줄 몰라. 내 생각엔 하루라도 빨리 이혼하는 게 좋겠어, 여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언니가 아무나 골라도 그보다 백배 천배는 낫겠어."
이 말을 듣자 주위의 젊은 남자들은 너도나도 입을 열었다.
"그래요! 가연 아가씨가 이런 쓸모없는 병신과 결혼하다니, 정말 전생에 무슨 죄를 지은건지.... 빨리 이혼하세요!"
"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가연 양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육십억짜리 빌라 한 채에 현금 사십억을 준비할 것입니다."
"육십억짜리 빌라? 저한테 시집오면 백육십억짜리 저택을 보낼게요!"
"저기! 가연 아가씨만 동의하면 우리 이씨 집안의 이천억되는 재산은 앞으로 아가씨의 것이 될 것입니다."
건우는 얼굴이 파래지며 더 할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 가연 역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가슴이 답답해지며 피를 토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말은 그녀의 어머니가 일부러 꺼낸 말이니….
심수옥은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비기듯 값을 부르는 것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여러분, 모두 조용히 하시고 제 말을 들어주세요. 사실대로 말하면. 내 딸 가연이 최근에 실수로 만리상맹의 김씨 도련님과 다툼이 생겼는데 김씨 도련님이 우리 유씨 가문을 파산시키겠다고 한답니다, 여러분들 모두 강남의 명망 높은 자제분들 아니세요? 오늘 누가 먼저 우리 가연을 도와 이 일을 해결해 준다면 가연을 아내로 맞이할 수 있게 하겠어요."
그녀가 한 마디 숨기고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김씨 도련님은 가연에게 며칠 함께 보낼 것을 요구했고, 동의하지 않으면 유씨 가문을 파산시키겠다고 하였다.
"전 동의할 수 없어요, 가연은 제 아내예요…."
건우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에 수옥은 손으로 건우의 뺌을 후려갈기며 소리친다.
"아내긴 누가 너 아내라는 거야? 자신이 어떤 신분인지 잘 모르겠어?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금방까지 가연과 혼인을 하기 위해 다투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얼굴빛이 변해가면서 입을 다물었다.
만리상맹은 강주 상계의 우두머리이고 자산은 수 조에 달한다.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온 강주가 벌벌 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만리상맹의 큰 보스인 마동재는 사람들이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강주 지하 세계의 왕으로 세력이 방대하여 강주에서 모든 세력들을 쥐락펴락한다.
가연을 위해 만리상맹의 미움을 산다고? 머리가 돌았다면 모를가....
수옥은 사람들이 일제히 벙어리가 된 것을 보고 마음이 싸늘해졌다.
바로 이때,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일은 저한테 맡기세요, 제가 만리상맹을 해결하고 가연 아가씨를 아내로 맞으러 오겠습니다."
아르마니를 입은 비범한 카리스마의 청년이 위풍당당하게 걸어들어온다.